10. 한국적 프로젝트 - 운영진

전시는 혼자 만들 수 있지만, 울림은 혼자 만들 수 없기에 무한감사!

by 이도한
어쩌면 전시 자체는
혼자서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전시를
어느 정도 흉내 내는 일이라면
혼자서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울림이 남는 전시는
혼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시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 사이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됐다.


말 그대로
허허벌판 같은
백지였다.


그 위에 적혀 있던 것은
단 하나의 이름뿐이었다.


‘한국적’


그 이름 하나만 믿고
함께 하겠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지’ 작가님이다.

DM으로 몇 번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가님이 조심스럽게
이렇게 물어보셨다.


“혹시… 저밖에 없나요?”


그 질문을 보는 순간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잠깐 불안해졌다.


그래서
심리학에서 말하는
‘3의 법칙’ 이야기를 했다.


세 번째 사람이 나타나면
그때부터
흐름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실제로 일어난 일은
조금 달랐다.


세 번째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한 번에 50명이었다.


어느 순간
작가님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더 깊이 참여하고 싶다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번 전시의
운영진이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10월 9일에 시작됐다.


하지만
처음 1~2주 정도는
정말 조용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정말 전시가 가능할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운영진이 만들어지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아!

이제 정말 해볼 수 있겠다.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하면
일은 늘어난다.


누군가 캡션을 하자고 하면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긴다.


또 다른 의견이 나오면
일은 또 늘어난다.


그렇게 할 일은 계속 늘어났지만


운영진은 그 많은 일들을
끝까지 해내주셨다.


온라인에 강한 운영진이 있었고
오프라인에 강한 운영진도 있었다.


눈에 띄게 잘하는 사람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움직이는 사람도 있었다.


굳이 튀지 않아도

굳이 드러나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주셨다.


그렇게 전시는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사실 전시는
어떻게든 하면
할 수 있는 있겠더라.


예전에 딸아이 작품
50여 점 전시도
거의 혼자서 진행했었다.


성수동에서 했던
50명의 작가 전시도
혼자 설치하고 운영했었다.


하지만
그때 느낀 것이 있다.


혼자서 만드는 재미 말고도
다른 재미가 있을수도 있겠다.


어쩌면 전시는 만들 수 있지만
성장은 만들 수 없다는 것.


시스템이 없으면
매번 처음부터
허우적거리게 된다.(아마 개인전은 계속 이렇게 할 듯하지만)


같은 일을
다시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갤러리는
3개월 이내의 큰 전시를
쉽게 하지 않는다.


좋은 기회이면서도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가지 생각은 있다.


자동화된 구조가 있고
작가들의 작품이 준비되어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도
전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작가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셧아웃되는 것처럼

잠재적 트렌드 포인트와 만나는 순간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트렌드를 쫓아다니라는 말씀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트렌드가 오기 전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작업을
묵묵히 해오던 작가님들.


그런 작가들이
어느 순간
함께 모이는 것.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싶다.


작가로서
자신의 작업을 하기도 바쁜데

운영진이 되어
전시를 돕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항상 먼저 나서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함께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 덕분에
하나씩 완성이 되어 간다.

그리고
조금씩 이슈가 되어 간다.


이런 활동들이
언젠가는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되어

다른 도시로
다른 나라로

함께
순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진심임)


혼자 달리는 길보다
함께 달리는 길이

조금은
덜 심심하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동의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그리고
함께 발로 뛰어 주셨던

작가님들께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한참전에 처음 쓴 후 다음고 다듬고 다듬어 이제야 발행하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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