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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an 13. 2020

우울증은 사치가 아니야.

앤드류 솔로몬 <한낮의 우울>


새해 첫 완독서는 앤드류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 작년부터 조금씩 시간을 내어 읽다보니 어느새 2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개인적인 일로 우울증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보게 된 책이고, 목적 이상으로 만족한다.


 저자 솔로몬 앤드류는심각한 우울증을 겪었고, 지금도 약을 복용중인 우울증 환자다. 그런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취재를 통해 정신질환 전반의 모든 것을 700페이지 정도의 책에 다 담아냈다. 우울증이란 왜 일어나는가? 우울증의 치료는 어디까지 왔나. 인간은 우울증을 어떻게 다뤄왔는가. 진화적으로 우울증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사회는 우울증을 어떻게 다루고 정치는 우울증을 어떻게 바꿔왔는가 등등. 


  저자는 우울증의 반대는 기쁨이 아니라 활력이며, 우울증은 결코 중산층의 사치스러운 병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육체적 건강과 가능성을 침해하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다양한 증거와 일화들을 가지고 온다.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에 대해 개인의 의지 탓을 하거나, 스스로가 나약하다고 생각하며 병을 숨기고 있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무엇보다 이 책의 힘은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과 같은 곳에서 나온다. 작가는 우울증의 본질이나 원인, 역사에 쏟는 관심만큼이나 많은 지면을 할애해 우울증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이야기는 작가가 직접 그들을 찾아가 나눈 대화와 관심을 통해 꾸려낸 것이다. 어찌나 극적이었는지, 작가가 기고하는 잡지사에서 이런 이야기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는 일화가 나올 정도다. 그들이 이 무기력한 병에 맞서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리는지, 무슨 슬픔과 고통과 의지와 극복이 있는지 애정어린 시선으로 타자화하지 않고 다룬다. 그것이 우리의 영혼에 참 위로가 된다.


⠀ 읽으면서 내가 몇년전 우울증으로 치료받고 앓았던 날들을 생각했다. 원래 기질 자체도 그닥 밝지 않았는데, 누적된 직장생활의 피로감과 원래부터 심했던 파국적 사고 덕에 많이 힘들었던 날들이었다. 이 책을 좀 더 빨리 알았다면 그 기간이 조금 덜 힘들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일까.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이 앎들이 내가 앞으로 겪게 될 어떤 고난에 대해 답을 주거나 강력한 힘을 줄 수 있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내 주변 사람에게, 더 나아가서는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주 작은 힘을 키울 수는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타인의 불행에 대해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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