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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Feb 10. 2020

무례한 이들은 피할 수 없다

너 자신에게 너그러워져. 무례한 사람은 피해. 에너지 뱀파이어는 멀리해. 요즘 정신건강상 가장 많이 들려오는 이야기들이다. 나도 참 많이 듣는 말이다.

 근데 첫번째 문장이야 그렇다 쳐도 뒤의 두가지에 대해서는 나는 정말 심각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들을 과연 피할 수 있는가?...얼마 전 조금 무례한 일을 겪었고, 거기에 대해서 내가 단호하게 대응했던 일이 있었다. 사소한 에피소드였는데 그걸 이야기하니 애인은 몹시 걱정을 했다. 자꾸 왜 그런 일을 겪느냐. 그런 커뮤니티에 굳이 있을 필요가 뭐가 있느냐 등등...그래. 맞는 얘기지.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생각을 좀 더 해봤다. 무례한 사람이나 공격적인 사람은 사실 내 인생에서 항상 어느 집단을 가건 디폴트로 있는 사람들이기에 딱히 피할 방법이 없다고 내심 생각을 해 왔던 것 같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그런 사람들을 정말 숱하게 봤고 숱하게 대해왔다.  


 이게 내 팔자인지 내가 내 인생을 스스로 꼰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초등학교때부터 항상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무례하게 굴면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찰싹 달라붙어서 자꾸 상대를 감정적으로 착취하거나. 폭력적이거나 등등등. 그래서 나는 사실 이런 이들은 어느 곳이나 가도 있고, 이들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중요한 건 이들과 내가 엮일 때 내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원칙의 문제다. 어떻게 해도 애인의 조언이나 세간의 말처럼 이들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피하는 것이 과연 좋은 태도일까? 그런 고민도 계속 있다.


 물론 최근에 내가 깨달은 점이 있긴 하다. 굳이 그들에게 먹이감을 던져줄 필요는 없다는 것. 끝까지 우정을 쌓아갈 멘탈이나 겸허함도 없으면서 애정결핍이나 자의식 표출에 혈안이 되어있는 이들에게 굳이 손길을 더 내밀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 세상에 이러한 자들과 부딪히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없다.


  다만 이런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애인은 여성이고. 여성이 그런 자들과 부딪혔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내가 상상하기는 어렵다 애인은 해꼬지 당할까 무섭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그다지 실감나는 불안이 아니기도 하다.


 사실 나는 세상의 개선을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고, 어떤 구조를 벗어난 인간의 본질...영구한 진리.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사람이다. 사회가 아무리 좋아지고 훌륭해져도 모든 공동체에는 항상 불편하고 남을 괴롭게 하는 자들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키워야 할 것은 결국은 회피가 아니라 그런 이들을 이해하는 방법과 그들이 실제로 나에게 악의나 경솔함을 뻗쳤을 때 대응하는 방법이 아닐까. 내가 택한 장소들은 어찌됐건 좋은 이들이 싫은 이들보다는 많고, 그 곳을 싫은 이들 때문에 떠나거나 피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호의와 환대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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