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이야기지만 꽃을 어린 시절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실용적인 것만이 좋다고 생각하는, 어찌보면 편협한 발상이었지. 그러나 어느새부터 꽃을 좋아하게 됐는데, 어느 어른께서 한 말이 참 중요한 계기였던 거 같다.⠀
자기는 꽃을 받으면 너무나 기분이 좋다고. 아름다움만으로 충분한 꽃을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하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꽃을 보는 시선이 정말 많이 바뀌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애인에게 조금씩 선물하고. 또 선물 받고 하다 보니 더 좋아졌고 말이다.⠀
꽃을 살 때마다 생각한다. 쓸모만 따지는 이 세계에서 꽃의 아름다운 무쓸모가 주는 여유. 내게 꽃을 준 사람이 나에 대해 그러한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줬다는 고마움. 받는 순간 화사해지는 기분. 이런 것들이 바로 꽃을 좋아하게 만드는 순간들이다.⠀
회사 옆에 꽃집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이쁘게 핀 그 계절의 꽃을 보고 잠시라도 좋아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지. 하고 꽃을 보며 생각한다. 그런 삶이란 내가 여유가 없더라도 타인에게 항상 섬세하고자 하는 삶. 희비에 굴하지 않고 인간애를 잃지 않는 삶과 같은 삶일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더 좋은 세상이란 더 많은 이들이 꽃의 의미없음을 마음 놓고 더 자주 만끽할 수 있는 세계이기도 하겠지. 왜 ‘빵과 장미’겠는가. 그런 세계에서 살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