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다시 틈날때마다 명상을 다시 한다. 시작은 어릴때부터였다. 아버지가 불교를 워낙 열심히 믿으셨기에 중학생인 나에게 참선 관련 책을 사주시고 그랬었는데 그때 나름 열심히 따라해보고 그랬지. 근데 한동안 잊고 살다가 몇년 전부터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라한이 되려고 할 리는 없고 그냥 생각이 너무 많고 맘이 복잡한 나를 다스리고 싶어서.
명상을 한다고 뭐가 바뀌거나 하는 거 같진 않다. 성격이 딱히 온후해지지도 않는다. 명상을 많은 이들이 ‘생각 없애기’라고 알고 있지만 명상은 ‘의식하기’에 가깝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오히려 생각을 없애는 건 운동이 더 좋은 효과가 있다.
명상은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들을 알아차리는 연습이면서, 내 호흡을 기준으로 몸을 알아차려 지금 순간을 의식하는 일에 가깝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감정과 생각에 나를 동일시하며 그것에 몰입한다. 그게 내 안에서 무엇을 일으키는 지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감정 혹은 생각과의 동일시는 상당 부분 많은 스트레스와 불행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격한 상황이 오면 명상의 방법론은 저 멀리로 사라지지만 그래도 두가지의 좋은 점이 있다. 하나는 어쨌든 5분 10분이라도 지금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주는 미묘한 개운함이 있다.
두번째는 감정과 생각을 좀 더 돌아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속상하다에서 속상한 감정이 일어났구나-라고 볼 수 있는 힘이 조금씩 생긴다. 모든 일에 제3자가 된다는 뜻이 아니다. 이 두가지를 통해 그저 생각과 감정일 뿐 실재가 아닌 것과 정말 집중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의식하게 된다는 뜻이다.
명상 앱을 통해 들은 내용을 빌리자면 이것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이 공간을 챙기는 것이 나에게는 나름 도움이 된다.
어디 명상뿐일까? 우리 모두에게는 어떤 공간들이 필요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여도 휴가가 필요하듯. 이 공간의 확보를 하루에 10분이라도 해나갈 수 있다면 조금은 더 평온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 마음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그 휴식을 호흡 하나로 하루에 잠깐이나마 줄 수 있다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