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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Sep 04. 2020

낭중지추 같은 말은 집어치우고

 언제까지 좋은 사회인만을 목표로 살 거야?


 좋아하는 친구가 던진 화두가 여전히 나에게 핫한 문제로 남아있다. 자존감. 나에 대해서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 나에 대해서 좀 더 존중해 주는 것, 타인의 평가와 나 스스로의 평가를 좁히는 것...결국 다 같은 이야기다. 이 문제의 시작은 연말 쯤의 심리상담이었고, 신기하게 친구가 그 시절에 저런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뒤로 한달에 두세번씩 꼭 그 문제를 마주보게 된다. 사람에게는 시절인연이라는 게 다 있어서 사람이나 조직과의 만남이 시절인연 따라 올 수도 있지만 이렇게 화두로 오기도 한다. 얼마전에도, 오늘도 동료들이 이 문제를 콕 찝어줘서 참 많이 부끄러웠다.


 예전에는 내가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내 스스로 나를 믿을 건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를 좋게 평가해 줄 조직도 아니었고 나도 그 조직들에 별로 미련 없었고 좋은 실적 낸 적도 별로 없으니까...그러나 이제는 그게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내 스스로가 나를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냥 회의적인 것을 객관적으로 생각해 온 건 아닐까? 그리고 이 모든 기반에는 결국 틀리기 싫다는 겁이 도사리고 있다.




 내 결과물은 모두가 운이라는 마음은 삶의 윤리로서 반드시 필요하고 그 잣대를 버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내가 돈을 받으며 일한 결과물에 대해서 냉정하게 따져보지 않는 것도 사실 민폐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물론 나는 앞으로도 죽을때까지 나에 대한 회의를 버리지 못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좀 더 나 자신의 능력과 결과물들을 타인의 입장에서 따져보는 노력들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겸허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계속 피곤하고 질리게 만들 뿐이고, 결국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에서도 멀어지게 될 지 모른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타인의 나에 대한 평가와 나의 자평의 거리가 좁혀져야 할 텐데. 낭중지추 같은 거는 그냥 묻어두고 말이다. 그러나 또 잊을 수 없는 격언은. '나 좀 잘 하는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람은 뭔가 그르치고 있다는 것. 이 균형을 찾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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