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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Mar 14. 2017

정말 꼭 통일을 해야 하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읽고 쓰다

  통일을 하면 좋을까요?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로 보통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죠. 첫째, 국력상승 둘째. 평화정착 셋째. 이산가족. 북한을 그저 경제적 향상의 도구나 자본의 기회를 위한 땅으로 인식하는 첫번째 인식을 제외하면 나머지 이유에는 누구라도 공감합니다.그렇다고 해서 또 굳이 통일을 해야 하나 싶죠. 그런 목적이라면 사실 통일이 아니어도 될 것 같은데, 요컨대 저는 통일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역사가 그렇듯 아마 통일이건, 혹은 분단의 영구화이건 우리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겠죠. 1945년에 미국과 소련이 같이 들어올 줄, 베를린 장벽이 그렇게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통일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들도 전문가들이 짜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강명의 신작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이런 시나리오들 중 하나를 기반으로 한 듯한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김씨 왕조가 붕괴합니다. 남한은 체제혼란을 우려해 휴전선을 유지합니다. 북한엔 과도정부가 들어서고 미-중-남-북의 협의 아래 한반도엔 두개의 정부가 유지됩니다. '김씨 왕조가 평화적으로 무너졌고 국지전이 발발하지 않았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지 않았고 중국 군대가 북한에 주둔하거나 북한 일부가 중국에 편입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독재정권이 사라진 북한은 기존에 안고 있던 문제들이 폭발하며 아비규환이 펼쳐집니다. 이게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 보여주는 세계입니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각자의 사정을 가진 남한,북한의 세력들이 마약을 둘러싸고 펼치는 아수라장을 소설은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를 통해 마치 뉴스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전해줍니다.

  장강명 소설이 늘 그렇듯, 보고 있자면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쓸수 있나 싶을 정도로 구체적입니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재밌습니다. 영화 판권도 이미 판매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재밌는 이야기가 한바탕 흘러가고 나면 그 구체적인 묘사들이 결코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됩니다.

  북한은 이제 한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로 묶어내기에는 너무나 다른 세계가 됐습니다.탈북자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가 어느 글에서 북한에서 가장 금지된 말이 '너는 이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이라고 쓴 걸 보고 아찔한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 조차 금지된 사회에서 나고 자란 이들과 불만이 있으면 어떻게든 표출하며 살아온 이들의 세계란 얼마나 먼 걸까요.

  남한사회의 부조리와 차별을 참지 못해 영국으로 망명신청을 한 탈북자가 있을 정도로 남한사회에서 탈북자 문제는 점점 심각해져 갑니다. 탈북자도 제대로 품지 못하는 남한사회가 과연 전면적인 교류나 통일 이후에 북한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할 준비가 되어있을까요? 남한과 선진국가가 당연히 여긴 윤리들을 과연 북한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북한이 남한의 식민지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통일이 된다고 해도, 하다못해 교류를 한다고 해도 과연 남북의 평화공존은 가능한걸까요.

  장강명은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상케 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언젠가 닥치게 될 남북문제를 넌지시 흘리는 것 처럼 보입니다. 소설이 제시하는 남북갈등의 정답? 그런 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걸 찾으려고 이야기를 읽는 것도 아니거니와, 가능하기나 할 까요. 통일은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걸까요? 북한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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