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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Feb 08. 2019

학벌 있는 사람들이 꼭~~~이런다

중앙일보 '수능 만점자가 본 SKY 캐슬' 

"2012학년도 수능 만점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최우등 졸업, 재학 중 단번에 회계사 자격증(CPA) 취득, 현재는 통역 장교로 군 복무 중인 김승덕(26)씨. 자기소개서에 적으면 주목받을 스펙을 가진 김씨는 그러나 제대 후 대기업이 아닌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학벌이 정말 약해지고 있을까? 내가 볼땐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대학이냐와 상관없이 '대학 나오는 게 중요하다' 라고 말했던 시절이 저문단 의미에서 학벌은 약해지고 있는게 맞다. 그러나 대학진학률이 낮아질수록 명문대 프리미엄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더 이상 대학을 안간다는 사실도 아니고, SKY도 취직이 힘들다는 사실이 아니다. 똑같이 힘든 상황에서 명문대생은 그래도 나은 상황에 처해있다는 상대적 우위에 있다.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해본 사람들은 두가지 사실을 목도하고 상당히 복잡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하나는 학벌이 직장인의 능력과 그다지 상관없다는 사실. 정말로 SKY 나왔다고 일을 잘하는 게 아니다. 두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암묵적/노골적 네트워크가 분명히 존재하고 사회생활에 중요한 스펙이 된다는 점. 같은 머리, 같은 노력을 경주했을 경우 명문대생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사실. '서울대생들이 원래 눈치가 좀 없더라고요~'면박을 주면 '그런 소리 좀 들어요 ㅎㅎ' 라고 할 수 있는 여유를 대한민국에서 누가 가질 수 있겠는가?


물론 보수언론이 이런 류의 기사를 쓰는 것은 오늘 내일의 일은 아니다. 한 개인이 이런 능력과 용기를 가진다는 건 좋은 일이기도 하고. 그러나 '자기만의 길을 갈 수 있는 용기'와 이를 위한 전망과 시야, 위기시 그를 지원해주거나 끌어줄 네트워크는 결국 학벌이 있으면 더 쉽게 얻을 수 있단 암묵적인 전제를 명심할 필요는 있겠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가 또 놓치는 것은, 스타트업이니 혁신이니 학벌이니. 이런 이야기들에서 벗어난 삶들이 태반이라는 것이고 우리 시대의 현실이란 이런 이야기들 속에 있는게 아니라 대다수의 삶 속에 있다는 것이겠다. 물론 학벌 논쟁이 대다수의 삶을 규정하고 구속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런 논쟁이 당장 자신의 이해관계에 가장 빠르게 직결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이 있다면, 후자가 보기에 전자의 논쟁이란 상당히 의미없는 이야기 혹은 가진자들의 한숨일 뿐이다.


그런 삶의 모습이란 이를테면 한겨레가 기획했던 <노동orz>라던가, <집 아닌 집에 사는 사람들> 속에 있으며 그 유명한 안수찬 기자의 청년빈곤 칼럼에 있다. 명문대가 더 잘나가네 실력이 있네 없네...이런 이야기들이 우리 세상의 진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요즘 들어서 부쩍 더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접하는 경험적 세계가 마치 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사람은 똑똑한 멍청이가 될 뿐이다. 이런 기사를 가져오며 '학벌이 무너지고 있다' 고 주장하고 싶은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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