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물들어 가고 싶다...
가을의 어느...
가을하늘 선선한 바람손길은
버드나무 사이사이로 헤집고
그 느낌이 어찌 이리도 좋다는건지
머릿결 매무새를 정리하듯
살랑살랑 소릴 내게 들려주고 싶다하네
네 머리 쓰다듬은
들려오는 가을바람 소리에
나의 두귀는 매료되어 간다
가을하늘 온전한 바람에 기댄
몇몇 나뭇가지들은
시원함과 부끄럼에 몸부림이라도 치듯
색바랜 새치들을 바람결에 맡겨
이리저리 하늘을 수 놓듯 미련없이 떨구고
노랑 빨강 초록의 다채로운 나비들로
가득찬 가을 하늘을 내게 보여주고 싶다하네
네 머리 쓰다듬은
흩날린 어느 가을의 잎사귀들에
나의 시야는 물들어 간다
가을하늘 바람을 머금고
지나간 자리마다
새싹과 나무는 어찌나 좋아라 하던지
산들산들 춤을 추고
봄, 여름 인고의 시간에 보답이라도 하려고 한듯
향긋한 과일꽃 향기를 내게 맡게 해주고 싶다하네
네 머리 쓰다듬은
짙게 베인 가을의 바람향기에
나의 코끝은 취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