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탭랩스 이래저래
기업의 연봉 정보를 공개하면 어떻게 될까? 좀더 투명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정보가 공개되면 세상이 좀더 공정해지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세상은 어쩌면 반대로 동작할 수도 있습니다.
상식밖의 경제학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1993년 연방증권조정위원회는 처음으로 회사 고위직 임원의 보수와 특전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도록 지시했다. 보수를 공개함으로써 이사회에서 임원들에게 터무니없는 보수와 특정을 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규제나 법, 혹은 주주의 압력 같은 방법을 취하지 않더라도 임원보수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게 되길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1976년 CEO의 평균보수가 일반직원의 36배였던 데 비해, 1993년 CEO의 평균보수는 일바직원의 131배나 많아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보수가 공개되자 언론에서는 보수를 많이 받는 CEO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자 임원의 특전이 제한되기는 커녕 CEO들이 자신의 보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이 생겼다. 결국 임원의 보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CEO들이 더 많은 보수를 요구하도록 부추기는 임금관련 컨설팅회사(이런 회사를 두고 워런 버핏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빙고!"라는 말로 비난했다)는 이런 경향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CEO의 평균보수는 일반직원의 369배나 된다. 임원 보수가 공개된 시점보다 무려 3배나 커진 상태다.
우리는 인간의 선함을 믿지만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연봉을 공개하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급여를 받으려 한다는 것은 사례로 증명되었습니다. 하지만 힘이 없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그마저도 힘들겠죠. 오히려 여유있는 사람들이 임금 컨설턴트를 고용할 것입니다. 자신의 도덕성도 높이고 이익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지속적으로 창출되겠지만 이 또한 더 여유로운 자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결국 빈부 격차는 더 커질것입니다.
아쉽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항상 선이 될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학교 성적을 공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모든 엄마들이 옆집 아이의 성적을 안다면 자연스레 자녀들의 성적을 비교하게 될 것입니다. 아내가 옆집 남편의 연봉과 내 연봉을 비교한다면 누군가는 불행한 삶이 될 것입니다. 내가 되던 옆집 남편이 되던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