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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욱 Nov 26. 2021

감사함의 가을

올해 집 근처에서 채집한 가을의 조각들

        여름 그리고 가을, 그냥 계절이 한 번 바뀌었을 뿐인데 그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섯 살 첫째는 듀플로를 갖고 놀다가 갑자기 생각보다 많은 단계를 뛰어넘어 레고 테크닉을 좋아하게 되었고, 아직 두 돌이 지나지 않은 둘째는 “엄마. 가봐. 오빠. 울어.”라는 수려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아내는 지난 9월 우연히 발견한 뇌동맥류 치료를 위한 수술을 받고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다. 이 모든 것이 감사하다.


생각해보면 감사할 일밖에 없고 감사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같이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따스함이 있는 저녁 시간이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고 매일의 작은 기적이란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번 가을처럼 집 주변의 단풍을 자주, 그리고 주의 깊게 봤던 가을이 또 있었을까 싶다. 가까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귀하고 아름답다. 너무 쉽게 입에 담았던 일상의 소중함이란 결국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짜증과 후회로 점철된 하루를 반성하며 속상해했던 밤이 많이 줄었을 텐데. 하지만 괜찮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까. 좋아하는 이기주 작가의 말처럼, 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하다.

 



아파트 단지 안의 단풍





집 근처 산 초입, 비가 내리던 날


집 앞 실개천 주변의 멋진 단풍나무







화단을 넘어온 국화


실개천 주변의 물억새


드디어 울긋불긋해진 공작단풍


빛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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