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DEOK, CHANGGYEONG PALACE / PINETREE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며칠간 고민했는데 역시 내 사진의 시작이 되어준 고궁과 소나무가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번째 글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5년 3월부터 2년간 거의 매주 창덕궁을 드나들며 사진을 찍었고 그날 처음 찍은 컷과 오늘을 비교해보면 그래도 조금은 눈이 뜨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도 글쓰기도 그리고 건강도, 삶의 여러 부분에서 조금 더 레벨업하고 싶은 시기다. 처음에 글 열개만 쓰자고 시작한 브런치도 벌써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고 스물일곱 편의 글이 쌓였다. 방금 전 밥을 먹다가 구독자가 600명이 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정말 보잘것없는 사진과 초등학생 일기 수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600명이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양질의 콘텐츠를 보여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올해는 사진에 대한 이론과 후보정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지방 쪽의 사진도 찍을 계획이다. 더 많이 돌아다녀도 지치지 않게 체력도 길러야겠다. 실행에 옮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브런치에 글을 쓰는 지난 3개월 동안 깨달았다. 다행이다.
사실 오늘 목적지는 창경궁 대온실 이었다. 그런데 막상 창덕궁 후원 쪽 입구를 통해 창경궁으로 들어가니 대온실 쪽으로 가는 길이 전부 막혀있었다. 조류독감 때문에 방제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게다가 대온실은 공사 중이라 어차피 방제작업이 아니었더라도 볼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창경궁 관리소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대온실은 11월까지 공사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내년 봄을 기약해야 될 것 같다. 그냥 돌아가기엔 좀 아쉬워서 창경궁 내부를 돌아봤다. 평일이고 날씨도 추운 편이라 관람객이 없어 더욱 한적한 궁 안에 멋진 소나무들이 가득했다.
망원 줌렌즈가 없어서 얼마 전 남대문에서 2002년에 단종된 구형 니콘 24-120mm 렌즈를 13만 원에 하나 구매했는데 오늘 사용해보니 결과물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물론 최신 렌즈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가격이 10분의 1인걸 생각하면 만족스럽다. 키가 큰 소나무를 좀 더 가까이에서 담기 위해 준망원까지 커버할 수 있는 렌즈도 제대로 갖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올해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게 되면 시그마 아트 24-105mm 렌즈를 하나 장만할 계획이다.
이렇게 오래되고 잘생긴 소나무들을 왜 지금까지 몰랐나 후회가 될 정도였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볼 수 있다. 바로 옆에 있어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소나무들을 보기 위해 올해 창경궁에 더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벌써부터 따뜻한 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