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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ds Jul 31. 2022

기후위기, '지금 여기'의 삶

복숭아를 샀다.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 복숭아. 제철 음식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구가 시기에 따라 내어 주는 대로 먹고사는 것이 건강하다 생각하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복숭아를 보내온 농부님이 올해 작황이 좋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병이 든 복숭아도 많고 나머지도 알이 많이 작다고 하셨다. 안정적으로 과일을 길러오던 기후가 급변하고 있어 대처하기 어렵다고 한다. 몇 년 후면 복숭아를 먹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뉴스를 보기가 고통스러운 나날들이다. 언제나 뉴스는 편치 않았지만 요즘은 더욱 그렇다. 이번 달에 본 뉴스에서 그린란드의 빙하가 사흘간 180억 톤 녹았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는 폭염 때문에 17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쪽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 때문에 농작물이 바짝 타들어갔다. 인간들이 기르던 돼지, 닭 등 동물들이 더위로 인해 떼죽음 당하기도 했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7월 28일에는 <지구의 '1년 치 탄소 자정능력' 오늘로 끝... 인류, 내일부터 지구에 빚지고 산다(경향신문)>는 기사가 떴다.


고백하자면, 최악을 막기 위해 싸우는 환경활동가로 살면서도 마지막을 생각한다. (활동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글을 쓰는 지금 지구 온도 1.5 상승까지 남은 시간은 6 11개월*. 6 여의 시간 동안 손 놓고 있는다면 우리는 기후 붕괴를 돌이킬  없을 것이고, 남은  내내 이전에 겪어보지 않은 기후를 겪으며 살아가야  것이다. 이미 틀린  아닌가 생각하다가, 환경활동가니까 그러면    같아서 죄스러워졌다가, 상황이 이런데도 바뀌지 않는 정치·경제를 보며 막막하다가, 일상에서의 실천으로 지구를 위해 싸우는 이들을 보며 힘냈다가, 나는 잘하고 있나 돌아보며 자책하다가, 기후위기로 가장 먼저 고통받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이기에  열심히 싸워야지 생각한다.


생각은 늘 돌고 돌다 한 곳으로 돌아온다.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요가는 늘 ‘지금 여기’에 머물자고 이야기한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우리가 존재하는 곳은 늘 현재이다. 머무를 수 있는 곳도 현재, 바꿀 수 있는 것도 현재밖에 없다. 그래서 늘 현재에 머물고자 노력하며, 자꾸만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는 생각을 호흡이나 요가 동작을 통해 현재로 돌려놓는다.


불안함과 함께 기후위기를 생각하며 답을 구해도  ‘지금 여기 돌아온다. 노력할  있는 순간은 지금  순간뿐이니까. 지금 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나중에 후회하며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 생활  실천부터 유권자·소비자로서의 노력까지 지금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위기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도록.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 역시 지금 여기에만 있다. 우리가  쉬는 공기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깊이 들이마시고 끝까지 내쉬자. 나의 식탁에 올라오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사하자. 안타까운 소식이 점점  많이 들려올 것이다. 인간 때문에 많은 생명이 멸종하고 있다. 슬퍼하고 같이 울되 너무 오래 주저앉아 있지 말고 다시 싸우자. 나의 일상을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실천으로 채워나가자.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여기서 하자. 나중은 너무 늦으니까.


기후 문제는 너무 크고, 나는 작은 사람이니 내가 노력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은 마음도 간혹 찾아온다. 그런 생각을 하면  놓고 싶어 진다. 하지만 다가올 변화 앞에   있는 것이 없다며  놓고 싶지는 않다. 지구인으로서  몫만큼이라도 책임을 지고 싶다. 기후 붕괴를 막지 못했을 때 내게 남은 날들이 얼마나 될지,  남은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남은 시간 동안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지금 여기에는 존재하나 나중에는 없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첫 지구인들, 우리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내자.



이미지 출처 : pexels.com - eberhard grossgasteiger

*6년 11개월 : 독일 MCC 연구소의 탄소 시계 참고 https://www.mcc-berlin.net/fileadmin/data/clock/carbon_clock.htm?i=3267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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