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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Sep 19. 2018

속얘기

치부를 꺼내 보여주기


 나는 속얘기를 잘한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한테도 술 한잔 하면 술술 말한다. 예를 들면, 나는 엄마한테 부채감 같은 게 있다고. 내게 아빠는 스물일곱 사는 내도록 미웠던 게 90이고 좋았던 게 10인데 어쩔 땐 엄마보다 아빠를 더 사랑하는 것만 같다고. 예전에 만났던 남자친구를 무지 사랑했는데 헤어졌다고. 사람은 인생에 세 번 기회가 온다는데, 나는 걔가 그중 한 번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봐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플랫폼에 내 이름을 걸어두고도 이런 말들을 써댄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 속얘기를 듣는 것도 좋아한다. 치부를 나누면 서로 사이가 견고 해지는 것 같다. 그도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면 날 믿는 게 아닐까 해서. 나도 그대를 잘 믿고 잘 사랑해서 이런 내 속을 꺼내 보이니까. 가끔은 속얘기를 잘하는 내 기질은 외로움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나 이렇게 속 깊이 있는 얘기를 너한테 해, 어필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타입이랄까.


 그래, 다 외로워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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