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마치 Sep 20. 2018

퇴사한 동기들을 만났다

소모되는 삶에 대하여



입사 동기 두 명과 술을 마셨다.


 회사생활에 큰 의지가 돼준 사람들이다. 둘은 올 3월 퇴사했다.


 얼마나 각별했느냐 하면, 울기까지 했다. 우리 회사는 일명 're-start'라고 해서 입사 1주년 남짓되면 합숙연수를 간다. 이튿날 저녁에 불 꺼놓고 한 명씩 앞에 나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라고 시켰는데, 나는 그 두 명 얘기를 하면서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치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해도 또 그러지 않을까.




동기 절반이 퇴사했다.


 고작 2년 동안 말이다. 근속연수가 아주 짧은 기업이다. 모두가 예비 퇴사자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보낸다. 퇴사한 동기 둘과 나는 비슷한 시기에 퇴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둘은 행동에 옮겼고, 나는 신중해서인지 한심해서인지 퇴사를 미루고 있다. 퇴사한 수많은 동기들을 돌아보니, 또 그들은 나름 각자의 삶을 살고 있더라고.




소모되는 삶에 대하여

 

 한 명이 동동주를 거하게 마시곤 내게 말했다. 그 회사에서의 삶은 매일이 소모되는 삶이었다고. 그 날 이후로 며칠 동안 계속 그 말이 생각났다.


 능력이 100이라면, 하루에 10을 쓰고 5를 얻어도 결국은 전소되는 상황이 온다. 10을 얻어야 제로썸 게임이 된다. 근데 나는 매일 20쯤 쓰고 0을 얻는다. 가진 모든 능력을 소모하다 못해 결국엔 내 일상, 건강, 행복까지 사용한다. 이건 마치 마이너스 통장 같아서 계속 나의 일부를 갉아먹으며 채울 수는 있으나 언젠가는 엄청난 이자를 더해 갚아야 할 날이 올 테다. 나는 그날이 오는 게 너무 두렵다.

 

 그날 이후 자려고 불을 끄고 천장을 바라볼 때,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릴 때, 심지어는 점심에 돈가스를 먹을 때도 계속 생각한다. 소모되는 삶에 대하여.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는 배신같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