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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Oct 03. 2018

합격 발표가 나던 날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물다섯의 여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장장 4개월의 인턴생활이었다. 웃기도 울기도 많이 했지만, 보람찬 120일이었다. 정직원 전환을 위한 임원면접과 PT면접이 끝나고 우리 모두는 발을 동동 구르며 합격 발표를 기다렸다.


 가장 친한 동기와 붙든 안 붙든 여행을 가자고 의기투합했다. 부천과 쌍문동의 사이 어디쯤을 찾다 연남동에서 만났다. 생뚱맞게도 김밥을 먹고 마당이 넓은 카페 1층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문자가 왔다. 발표가 났다고. 각자 휴대폰으로 메일을 열어보곤 눈치를 봤다. 난 붙었는데 쟤는 떨어졌을까 봐. 둘 다 합격한 걸 알고는 시끄러운 줄도 모르고 소리를 질러대다 각자 밖으로 나갔다. 엄마 아빠한테 전화하려고.




엄마보다 아빠에게 먼저 전화했다. 


 평소 전화를 잘 걸지 않아 아빠는 내가 전화하면 무슨 일 난 줄 안다. 아빠, 나 합격했어. 아빠는 붙을 줄 알았다고 했다. 축하한다고도 하지 않았다. 나도 별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사실 무슨 말을 해야 될지도 잘 모르겠어서. 며칠이 지난 새벽에, 술에 취한 아빠가 엄마에게 하는 얘기를 들었다. 쟤가 저렇게 열심히 했는데 떨어지면 어쩔까 걱정했다고. 참 다행이라고. 그 대화를 들으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조금 울었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미화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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