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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Oct 04. 2018

곰팡이 숙주가 되다니

끔찍한 일이다



곰팡이 숙주가 되었다.


 오른쪽 눈 앞머리에 피부염이 생겼다. 그 무렵 햇빛 알레르기가 심해서 그러려니 했다. 점점 반점이 번지고 각질이 생겼다. 피부과 5곳을 전전했으나 처방이 모두 달랐다. 접촉성 피부염, 건선, 아토피, 알레르기 등등. 항히스타민을 먹고 주사 맞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꿔가며 발랐으나 점점 나빠졌다.


 연차를 내고 조금 큰 병원에 갔다. 한참을 기다려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균 검사를 해보자 했다. 칼로 피부 표면을 살짝 긁어내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지를 보며 의사는 내게 건축 쪽 일을 하냐 물었다. 아니면 반려동물을 여럿 키우냐고. 되게 오래된 먼지 같은 데서 발견되는 균이라고. 결론은 곰팡이 감염이란다.




대체 어디서 곰팡이가...?


 그 무렵 회사 정책이 바뀌어 나는 팀원들과 매주 점포 청소를 했다. 청소라고 하니 조금 이상해 보이네. 회사에서 내리는 지시는 이를테면 점포 개선 작업. 오픈한 지 10년이 넘은 점포들의 창고를 청소하며 어딘가에서 곰팡이가 내 손에 달라붙었고, 어쩌다 눈을 만졌나 보다. 콘택트 렌즈도 끼고, 눈 화장도 하고 있었을 테니 감염이 쉬웠다. 게다가 스테로이드 연고는 곰팡이에 쥐약이랬다. 점점 더 번질 뿐이라고. 무좀 연고 같은걸 발라야 하는데 눈가에 바르기 어려웠다. 때문에 약만 거의 한 달을 먹었다. 매주 연차를 내고 병원을 들락날락했다.


 곰팡이 감염을 처음 알게 된 날은 날씨가 참 좋았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햇빛이 쨍쨍했다. 곰팡이 숙주가 되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생기냐. 스물일곱 살 여자애가 얼굴에 곰팡이 감염될 일이 많을까. 내일도 청소하러 가야 하는데. 쨍쨍한 날씨와 관계없이 난 점점 기분이 상했다. 곰팡이고 뭐고 모든 것이 나를 좀먹는 것 같았다.


 한달이 지나니 씻은 듯 낫더라고. 그날로 라텍스 장갑 100장을 주문했다. 다시는 곰팡이 따위에 감염되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 먹으면서. 참 쉽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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