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닫으면 늘 후회했어
통근시간 평균 편도 1시간 30분. 6시 반쯤 퇴근하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10분쯤.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한성대, 성신여대를 모두 지나치는 버스를 타고 그 시간에 집으로 돌아온다. 2층까지 계단을 타닥타닥 올라 비번을 누르고 현관을 들어서면 엄마는 늘 물었다. 딸, 저녁은?
지난 반년간 나는 엄마의 그 물음에 제대로 대답한 기억이 없다. 항상 손을 들어 휘휘 젓거나 짜증 어린 투로 받아쳤다. 알아서 챙겨 먹을게, 엄마 먼저 먹어. 그리고 방문을 쾅 닫고 침대에 엎드렸다. 그리고 10분쯤 누워있다 정신이 들면 양말을 한 짝씩 벗으며 늘 되뇌었다. 좀 더 예쁘게 말할걸. 나는 진짜 못된 년이다. 엄마가 무슨 죄가 있다고.
주말이면 늘 방을 피난처로 꾸몄다. 암막 커튼을 치고 방문을 잠갔다. 아이폰 방해금지 모드를 해두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반은 깨있고 반은 꿈꾸는 것처럼 18시간이고 20시간이고 잠을 잤다. 주말마다 잠긴 방문 밖에서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가끔 이렇게 정신이 들 때면 엄마에게 친구들이랑 마시라며 커피 기프티콘을 20장쯤 보낸다. 주말에 영화를 미리 예매해두기도 하고, 괜히 밥 먹었냐고 카톡도 보내본다. 착한 척을 양껏 한다. 우스운 건 내일이면 또 똑같은 나쁜 딸이 되는 거.
하루는 엄마가 그랬다. 요즘 네가 웃는 걸 보기 참 힘들다. 엄마도 가끔 상처를 받아. 네가 그냥 회사 그만뒀으면 좋겠어. 엄마 요즘 네 눈치를 봐.
말문이 막혀서는 엄마 나 힘들어서 그러는 거 알잖아, 요즘도 약 먹고 그러는데 뭐. 해놓곤 방문을 닫고 엉엉 울었다. 나는 내 우울과 불행을 가족에게 전가시키는 사람이구나. 내가 힘들다고 엄마까지 힘들 필요는 없는데. 왜 난 이렇게 늘 모든 걸 망칠까. 왜 후회할 짓을 끊임없이 반복할까. 멍청하고 또 멍청해. 한치의 나아짐도 없다는 것이 가장 문제임을 알고 있으면서.
더 좋은 사람,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건 더 좋은 딸이 되는 것. 언제쯤 나는 좋은 딸이 될 수 있을까. 착한 딸 지수로 따지자면, 지금 거의 바닥이니 오르는 건 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