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2

가능성이 있는 사람만 사랑하는 병

by 이마치


열여섯 살 이후 짝사랑을 안 했다. 따져보고 쌍방 연애 가능성이 80프로는 넘어야 시작을 했다. 겁이 많고 비겁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길지 않은 삶 내내 주는 대로 받지 못하는 것만큼 억울한 게 없었다. 그 지는 기분을 견딜 수가 없어서 눈치를 보다가 나 좋아해 줄 것 같은 사람만 사랑했다.


대학생 때 신문사에서 대외활동하다가 만난 사람이 있었는데 젠틀하고 똑똑해서 친해지고 싶었다. 몇 번 연락을 해봤는데 상대가 좀 시큰둥한 것 같아 관뒀다. 여행 가서 만난 어떤 사람은 여행이 끝나고도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근데 그는 여행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또 흘려보냈다. 이런 예시는 셀 수 없이 많다. 조금 과장 보태서 수백 번은 되는 것 같은데. 그들과 내가 한 번 더 여유를 갖고 맛있는 걸 먹고, 술과 밤을 함께 보냈다면 시나리오가 바뀌었을까.


애달프고 애틋했던 열여섯 때의 짝사랑이 얼마나 건강하고 용기 있었는지 떠올려본다. 요즘은 제대로 된 어른도 아니면서 어른 흉내를 내겠다고 좋을 때 싫다 하고, 싫을 때 좋다 한다. 비겁함을 알면서도 반복하는 스스로에게 어떤 모멸감을 느끼는지. 밤을 새워서 말해도 모자람이 없겠다. 사람과 사람이 인연을 맺고 관계를 지속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운명 같은 일인지. 가능성을 따지다가는 오려는 운명도 오지 않을 거라고. 열여섯 살 수진이가 아직 내 안에 살아있지 않을까. 세상을 명쾌하고 솔직하게 사는 방법 좀 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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