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유혹의 기술>로 본 연인 혹은 대중을 끌어당기는 방법
사랑과 유혹이란 단어를 같은 카테고리 안에 넣을 수 있을까요?
사랑과 유혹. 교집합으로 만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존재합니다.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을 통해
유혹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어떻게 유혹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아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흥미진진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을 덧붙이면
이 책의 내용은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 왜 유혹하려 하는가?
사랑하기 때문에 유혹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유혹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사랑과 유혹을 한 카테고리 안에 담아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왜 유혹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다 보면 그 유혹 안에 얼마만큼의 사랑이 담겨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왜 그를, 그는 왜 나를,
유혹하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유혹 뒤의 숨겨진 날카로운 덫에 마음 한 부분이 잘려나가지 않기를 원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유혹의 속성상 덫의 존재를 알면서도
그곳을 향해 가게 만드는 게 유혹의 마력이기도 합니다)
# 유혹의 미끼
유혹을 피할 수 있을까요?
<유혹의 기술>에는 유혹을 피하는 방법이 아닌
유혹당하기 쉬운 사람들의 유형이 적혀 있습니다.
18가지의 유형의 사람 중 가까이에서 만날 법한 이들의 유형을 적어보았습니다.
유혹당하기 쉬운 유형 1.
결핍으로 인해 불나방이 된 사람들
그들의 삶에서 결핍된 부분을 찾아내 그들을 유혹하는 미끼로 사용하라.
그들의 약점은 탐욕이 될 수도, 허영심이 될 수도, 지루함이 될 수도,
깊이 억눌린 욕망이 될 수도, 금지된 과일에 대한
허기가 될 수도 있다.
_<유혹의 기술> 중에서
책, 영화, 등 다양한 대중문화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들은 흥분과 스릴 넘치는 로맨스를 꿈꿉니다. 그러나 이들의 현실은 로맨틱 영화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깝습니다.
삶과 타협해 살지만 그 내면에는 언젠가 멋지고 낭만적인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도사리고 있는 이들. 저자는 이러한 사람들을 좌절한 몽상가라고 부릅니다.
새로운 즐거움에 늘 목마른 사람 또한 좌절한 몽상가들처럼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직장에서도, 사랑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새로운 즐거움을 끊임없이 찾다 보니 떠돌게 됩니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새내기나, 세상과 담을 쌓고
한 분야에만 전념하며 살아간 이들(학자, 교수 등)도 세상 경험이 풍부한 이들에게 유혹당하기 쉽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풋내기라 불리는 이들은 "순진한 모습과 타락한 모습을 적절히 섞어서 보여주면 쉽게 걸려든다"라고 하니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누구나 결핍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결핍에만 너무 집중한다면 그 구멍을 채워줄 무엇인가를(누군가를) 만났을 때 판단이 흐려지고는 합니다.
차갑고 딱딱한 얼음 같던 마음이 뜨거운 불 앞에서 한 순간에 녹아내리듯, 유혹 앞에 쉽게 무너지고 맙니다.
유혹당하기 쉬운 유형 2.
규칙과 책임의 틀 안에 갇힌 사람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그것만이 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_<유혹의 기술> 중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어깨 근육을 확인하며
인정하게 됩니다. 내 몸도 마음처럼 끊임없이 긴장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긴장 가득한 현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즐거움에 빠져 잠시라도 현실을 잊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실 밖의 즐거움 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이들은
중독의 늪에 빠지기도 합니다.
"공평한 기준, 공동의 선, 멋진 취향, 도덕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마음 속으로 악하다고 생각하는 감정이 일어나면 그것을 누르기 위해
더욱더 올바른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내면의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단조로운 일상을 반복하며 살지만, 이런 마음의 다른 쪽에서는 탈선의 즐거움을 갈망하는 마음도 같이 싹틀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억눌린 환경과 관계에 놓인 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지기 쉽습니다.
그만큼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 있지요.
유혹에 약한, 뜻밖의 인물도 있습니다.
슬픔에 젖어 낙담하는 모습은 매우 유혹적이다.
인간이라면 누구가 연약한 사람에게 연민의 정을 보이게 마련이다. 이런 마음을 특별히 강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_<유혹의 기술> 중에서
저자는 이러한 사람을 '구원자'라고 지칭합니다.
이런 유형 또한 유혹하기 쉬운 대상입니다.
이들에게는 남을 도우려는 순수한 마음과 동시에
남을 지배하려는 우월감 또한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동정심을 자극하거나 자신을 자책해 "도덕적인 우월감에 빠져 대속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이 외에도 정복자, 고독한 지도자 등 유혹에 빠지기 쉬운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결핍과 욕망에 집중하다 보면
그것을 채워주는 그곳을 향해 달려가게 됩니다.
# 유혹하는 사회, 유혹하기 어려운 사회
유혹은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상대의 마음으로 들어가 그의 욕망과 결핍을 채워주는 행위입니다.
자신을 지운 채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아내야 하는,
어찌 보면 사랑하는 관계에 있어서는 꼭 필요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혹은 사랑에 있어서 가장 빨갛고 매력적인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단, 유혹의 목적이 어느 한쪽을 파괴하기 위함이 아니면 말이죠.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서로를 끌고 당겨야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유혹은 필수불가결한 부분인지도 모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긴장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사회에서 잠시라도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유혹에 빠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유혹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유혹은 소유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나 너무나 넓은 선택의 폭과 쉽게 얻고 쉽게 버릴 수 있는 문화와 내 것이 아니어도 누릴 수 있게 된 문화가
발달한 시대에 인스턴트 같은 가벼운 유혹만이
남을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조차도 그렇게 가벼워지는 건 아닌지. 생각이 점점 복잡해집니다.
유혹의 뒷면을 통해 인간의 뒷면을 봅니다.
누구나 결핍과 욕망이란 구멍이 있습니다.
나의 구멍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본다면
내가 무엇에 약한 사람인지, 어디에 걸려 넘어질 수 있는 사람인지 좀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은 자신의 빈 구멍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혹의 기술>을 읽으며
내 안의, 그리고 내 삶에 스쳐 지나쳐간 사람들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새롭게 비춰보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