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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Oct 20. 2015

연인, 두 갈래로 갈라진 길에서다

- 소설로, 마음토닥토닥 -

그와 그녀는 길 위에 서있습니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위에.

하나의 길에, 오직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다면

그들의 만남은 헤어짐으로 가기 위한 여정일까요?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써야 하는 글이 있듯이

헤어질 것을 예감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승우의 소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은

서로 다른 길에 서있으면서도

같은 길을 꿈꾸는 이들, '불륜'이란

죄명이 붙은 연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온전한 사랑은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는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다른 이의 사랑을 짓밟을 수 없다는 마음을 떠올려 보면

불륜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현실에선

숨 쉴 틈조차 없는 이 연인에게

지하로 난 길을 내어 줍니다.


현실에서는

'선처럼 가만히 함께 누워 있을 수도 없는'

연인은 우연히 광화문의 땅 아래로 난 방

발견합니다.

문학적인 상상력이 인간을 위로하는

순간입니다.



남녀의 사랑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은 내가 서 있지 않은

또 다른 길을 흠모하게 합니다.

직장인은 프리랜서의 자유로운 영혼을

프리랜서는 직장인의  통장의 안정적인 월급을.


다른 길에 올라서는 용기를 내보았지만

"하지 말아야 했어"하고

만용의 상처만이 남을 때도 있습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한숨쉬며 운명론의 벽 뒤로 숨어

자신의 책임을 뒤로 뺀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실수하면서  

이가 빠진  그릇처럼 살아가는 게

인생이겠지요.




그렇게 우리는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진 길 앞을
서성이며
내 안과 밖의 싸움을 합니다.


무엇이 옳은 길이었는지

걸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길이 있고,

가지 말아야 하는 길이지만,

끌림과 욕망으로 상사병에 걸리고 마는 길이 있습니다.


소설은 이런 각박한 현실 밖으로

우리에게 틈을 내어줍니다.

영화, 소설, 그림, 음악의 상상력은

우리에게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위로와

가서는 안 되는 길에 대한 욕망을 잠시 채워줍니다.

그렇게 우리는 문화 예술의 숲 멈춰

잠시 숨을 쉽니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을 읽으며

들끓던 20대에 숨 쉴 틈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30대에도 종종 이 책을 뒤적여보는 건

여전히 숨 쉴 틈이 필요한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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