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로, 마음토닥토닥 -
그와 그녀는 길 위에 서있습니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위에.
하나의 길에, 오직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다면
그들의 만남은 헤어짐으로 가기 위한 여정일까요?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써야 하는 글이 있듯이
헤어질 것을 예감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승우의 소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은
서로 다른 길에 서있으면서도
같은 길을 꿈꾸는 이들, '불륜'이란
죄명이 붙은 연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온전한 사랑은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는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다른 이의 사랑을 짓밟을 수 없다는 마음을 떠올려 보면
불륜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현실에선
숨 쉴 틈조차 없는 이 연인에게
지하로 난 길을 내어 줍니다.
현실에서는
'선처럼 가만히 함께 누워 있을 수도 없는'
연인은 우연히 광화문의 땅 아래로 난 방을
발견합니다.
문학적인 상상력이 인간을 위로하는
순간입니다.
남녀의 사랑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은 내가 서 있지 않은
또 다른 길을 흠모하게 합니다.
직장인은 프리랜서의 자유로운 영혼을
프리랜서는 직장인의 통장의 안정적인 월급을.
다른 길에 올라서는 용기를 내보았지만
"하지 말아야 했어"하고
만용의 상처만이 남을 때도 있습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한숨쉬며 운명론의 벽 뒤로 숨어
자신의 책임을 뒤로 뺀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실수하면서
이가 빠진 그릇처럼 살아가는 게
인생이겠지요.
그렇게 우리는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진 길 앞을
서성이며
내 안과 밖의 싸움을 합니다.
무엇이 옳은 길이었는지
걸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길이 있고,
가지 말아야 하는 길이지만,
끌림과 욕망으로 상사병에 걸리고 마는 길이 있습니다.
소설은 이런 각박한 현실 밖으로
우리에게 틈을 내어줍니다.
영화, 소설, 그림, 음악의 상상력은
우리에게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위로와
가서는 안 되는 길에 대한 욕망을 잠시 채워줍니다.
그렇게 우리는 문화 예술의 숲에 멈춰
잠시 숨을 쉽니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을 읽으며
들끓던 20대에 숨 쉴 틈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30대에도 종종 이 책을 뒤적여보는 건
여전히 숨 쉴 틈이 필요한 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