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음 Mar 15. 2017

당신은 누구를 유혹하고 싶나요?

_ <유혹의 기술>로 본 연인 혹은 대중을 끌어당기는 방법

한 사람을 끌어당겨 내 곁에 머물게 하고 싶은 마음.

이런 감정은 '사랑'으로 깊어지기도 합니다.

"헤어져!"를 유행어처럼 달고 살던 나를

전 남자 친구도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했지요.


3년 동안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다

결국 그와 한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책장도 합방시켜놓고 보니

처음 보는 책들이 꽂혀있더군요.

그중 눈에 띄던 자극적인 제목의 책 한 권.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


"내가 당신이랑 사귈 때

이 책 읽고 팁을 좀 얻었지"


승자의 눈빛을 한 그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책을 보여주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 책을 그냥 책꽂이에 꽂아두었습니다.

짝꿍을 만났으니 내 인생에 '유혹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수년이 지난 후

<유혹의 기술>을 다시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숨 쉬며 살아가는 한

인생이란 유혹하고,

유혹을 당하며 살고 있구나를

느낀 이후였죠.


스타는 대중을 유혹해 이들에게 얻은 인기로 돈을 벌고

정치인들은 국민을 유혹해 표를 얻어 영향력을 발휘하고

소설가 또한 독자들을 유혹해 계속 글을 써나 갈 수 있는

물질적인, 정신적인 에너지를 얻습니다.


봄날의 꽃과 나비처럼 살아있는 존재는

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유혹하고  

유혹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네요.

나 또한 살아기기 위해 '유혹의 기술'이 필요했던 것이죠.


  신화와 고전에 나오는

수많은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유혹의 기술>은 누군가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기술에 대해 상세히 들려줍니다.

소설책만큼 흥미진진하게,

심리학 책만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지고 말이지요.


누워서 읽었다가는

손목터널증후군이라도 안겨줄 기세로

책은 두툼하지만, 쫓고 쫓기는 유혹의 이야기에 금세 빨려 듭니다.

하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이야기의 숨겨진 뒷면을 잠시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끌어당기는 힘'에 대한 힌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에는 24가지의 유혹의 기술이 나옵니다.

읽다 보니 반복되는 몇 문장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24가지 유혹의 기술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유혹의 기술 1
벗어남, 나의 감정에서 벗어날 때 그의 감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유혹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열고

그의(그녀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그 감정에만 집중한다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심적인 여유도 없어지거니와

자신의 감정에 눈이 가려져 그의 마음도, 감정도 들여다볼 수 없게 되고는 하죠.


유혹에서는 이와 같은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사고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혹의 힘을 발휘하려면 자신의 껍데기를 깨고 나와 상대의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의 심리를 꿰뚫어야 한다.
_<유혹의 기술>, 359페이지


여러 번 헤어지려 했지만

그를 떠날 수 없었던 것은

그가 채워준 나의 결핍이었습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노란 불빛이 켜져 있는 방 안에 놓인

익숙하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쉬는 듯한 편안함과 안정감.

나 자신조차도 모르던 나의 결핍을

그는 채워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핵심은,

나의 결핍에서 당신의 결핍(욕망)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입니다.

그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들여다보고 관찰합니다.

사람은 서로 다른 모양과 빛깔의 결핍을 가졌지만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은 이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는 모습은 비슷한 마음이겠지요.



유혹의 기술 2
시간, 조급함은 당신의 소중한 사랑을 '싸구려'처럼 보이게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유혹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은 사람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이다."


조급함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 의도를 쉽게 드러나게 합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다가간 사람의 입에서는 직설 화법이 튀어나오기 마련이죠.

유혹의 기술에 있어서 때론 직설 화법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주는 아닙니다.

직접적인 표현은 상대에게 거부감을 주거나 두렵게 하며

뒷걸음질 치게 만들거든요.


결이 살아있는 페이스츄리 빵처럼

시간을 두고 겹겹이 시간을 쌓고, 추억을 쌓은 사랑은

맛과 깊이가 다를 것 같습니다.

시간은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으로 빚어진

사랑을 줄 뿐 아니라 단번에 쓰러지지 않을 만큼

깊이와 단단함까지 안겨주지 않을까요.


유혹이란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접근할수록 상대의 마음을
더욱 확고하게 장악할 수 있다. 유혹은 인내심과
집중력과 전략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기술이다.
_<유혹의 기술>, 240페이지


유혹의 기술 3
사소한 감동, 사람의 마음은 감동하는 그곳으로 기울어집니다.


일본 헤이안 시대, 불혹의 나이에도 유명한 유혹자였던

겐지 왕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마카주라는 젊은 여성의 보호자 자격으로

나선 겐지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서 한눈에 반하지요.

겐지는 젊고 멋진 남자들 사이에서 결국

다마카주라의 마음을 얻게 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겐지의 전략은 단순했다. 그는 직접적인 말보다
주변의 사소한 것을 이용해 다마카 주라로 하여금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를 깨닫게 만들었다
......
겐지처럼 상대의 감수성에 자신의 감수성을 맞추어야 한다.
상대의 행동과 욕망에 주목하면서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는
세심함을 보여주도록 하라. 말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감각에 호소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_ <유혹의 기술> , 375페이지


향수를 뿌린 편지지, 화려한 옷, 정원의 횃불,

상황에 맞는 적절한 시, 두 사람 사이를 급격하게 좁혀준 고토(악기) 교습까지!

감각이 예민했던 젊은 아가씨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겐지의 준비는 철저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삶은 가혹하고 잔인하다. 그럴수록 우리는

사소한 데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우리를 위로해주는 사람에게 기대게 되어 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내 마치 상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 부분을 정확하게 채워준다면 상대는 별다른 의심 없이 넘어오게 되어 있다."


이런 섬세함과 세심함으로 다가온다면

유혹당하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어디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쉬운 일일까요.

이런 유혹자가 되기 위해서는 필히 부지런함이 필요할 듯 하네요.



  어쩌면 이런 열정적인 유혹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자신의 마음과 관심을 쏟을 대상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 슬프네요. 그런 시간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


자신의 결핍에 갇혀있다 보면

구멍 난 그 부분에 집중하게 되고는 합니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보면

내 곁에 있는 이들을 보지 못하고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딱딱한 마음이 되고는 하지요.


결핍에 집중하는 것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이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것 같은 한 사람(그 무엇)을 발견하면

그 유혹의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버리죠.


한 사람의 마음 혹은 대중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뱀 같은 지혜'가 적혀 있는

<유혹의 기술>, 재미있는 책입니다.


이 책이 재미를 넘어 흥미진진한 이유는

유혹하는 기술 이면 감춰진

유혹을 피하는 기술이,

보이지 않는 글씨로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에 있어서 유혹하는 기술만큼

유혹을 피하는 기술도 중요하니까요.


'유혹의 기술'을 익히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왜 유혹하는가?"

이 질문의 답을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을 구별하지 못한 채  

혼돈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유혹의 기술>, 두 번째에서

나눠보려고 합니다.

(아, 부지런히 글을 써야 할 텐데 책상 앞에 앉아있기에는

너무나 많은 유혹이 있네요 T T



# 유혹의 24기술

STEP 1 관심과 욕망을 자극하라 ┃ 분리
유혹당할 만한 사람을 선택하라 ┃ 목표 선정
안심할 수 있을 만큼만 접근하라 ┃ 거리 두기
익숙함은 유혹의 적이다 ┃ 분위기 연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으로 보이도록 행동하라 ┃ 경쟁 유발
가장 큰 불안이 가장 큰 약점이다 ┃ 자극
직설 화법은 금물이다 ┃ 암시
상대방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라 ┃ 거울
상대의 가장 깊은 욕망에 집중하라 ┃ 집중

STEP 2 혼란에 빠뜨려라 ┃ 고립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이 호기심을 일으킨다 ┃ 태도
모호함도 무기가 된다 ┃ 언어
사소한 표현이 가장 자극적이다 ┃ 표현
유혹의 가장 큰 걸림돌은 평범함이다 ┃ 이상화
약점을 드러내어 연민을 끌어내라 ┃ 무장 해제
감정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 환상
세상에 단 둘뿐이라고 여기게 하라 ┃ 고립

STEP 3 빠져나갈 수 없게 하라 ┃ 가속화
상대방에 대한 나의 진심을 입증하라 ┃ 기사도
상대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라 ┃ 의존
은밀한 일을 함께해 죄책감을 공유하라 ┃ 유대감
정신적 고귀함을 공유한다고 여기도록 만들라 ┃ 돌격
나로 인해 상대방이 불안을 느끼도록 행동하라 ┃ 공포 조장

STEP 4 스스로 무릎 꿇게 하라 ┃ 최후의 일격
상대가 자신이 유혹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라 ┃ 역전
도덕적 잣대는 필요 없다 ┃ 미끼
과감한 행동이 상대를 무장 해제한다 ┃ 기습
당연히 옆에 있는 존재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 정리

-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이미 사랑에 실패한 자, 누구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