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Aug 24. 2017

완벽주의,  자신을 향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의 폭력

_ 완벽주의라고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그녀는....

행사가 끝났습니다.

그동안 준비했던 일을 잘 마쳤는데도

왜 그랬을까요.

커다란 빈 박스처럼 살짝만 눌러도

푹 주저앉아버릴 것 같은

헛헛한 마음을 마주하고는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렇게 찰나처럼 끝나버릴 일이었는데

과했다 싶을 만큼 애쓰고 긴장했구나...'

노력했던 시간이 후회스럽진 않았지만

병의 크기보다 더 큰 병뚜껑을 올려놓은 것처럼

뭔가 어긋나 보였습니다.


일의 크기보다

더 과하게 힘을 끌어모아

일에 몰아넣은 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랬다면 나 혼자 힘들면 될 일입니다.

문제는 함께 일하는 이들에 대한 염려였습니다.

'당신도 나처럼 힘을 다 해서 일에 쏟아 넣어야지.'

귀에 들리지 않지만 상대가 느낄 수 있는 소리로

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행사가 끝난 뒤

어깨와 등짝의 욱신거림을 느끼며

나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매번 이렇게 일하는 게 맞는 걸까?

일을 할 때마다 이렇게 모든 힘을 다 쏟아붓는다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질문을 곱씹던 끝에

서재에 꽂혀있던 책 한 권이 떠올랐습니다.


출처: www.facebook.com/togijangibooks


코넬리아 마크의 <완벽주의에 작별을 고하다>


선물 받은 책이 한 달만에

내 손에서 펼쳐졌습니다.

완벽주의.

내 모습이 어쩌면 이 표현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의심과 함께.





당신은 완벽한가?
내가 여러분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대부분 곧장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당신은 완벽한 사람이 되기를 (적어도 몰래) 바라는가?"
우리가 아주 솔직하다면 모두 "예'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_  <완벽주의에 작별을 고하다> 중에서


완벽주의자들에게 "완벽을 갈망하지만 이룰 수 없는"상태는

양쪽 끝에 있는 감정을 반복적으로 불러일으킵니다.

우월감과 자괴감.

이 외에도 완벽주의는 여러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 완벽한 사람은 존경받을 수 있지만
   사랑받지는 못합니다

"끊임없이 내 모자람을 일깨우는 저 사람과는 멀리하고 싶어"

사람들은 완벽주의자 곁에 있기보다

할 수 있다면 가까이 있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완벽주의에 작별을 고하다>의 저자는 말합니다.


"완벽주의자는 오로지 자신의 능력과 활동으로만 자신을 규정한다."


끊임없이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은

자신을 매끈하고 완벽한 모습으로 만들려는

완벽주의의 허상의 묶인 상태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외모와 내면을 살피며 분석하다 보니

분주하고 늘 피로합니다.

레이더망에 걸린 자신의 부족함이나 흠을 채울 방법에 집중하며 고민하다 보면

내 주변을 둘러볼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고는 하지요.

더 무서운 순간은 부족함을 찾아 펼쳐진 레이더망이 나 자신이 아닌

가까이 있는 이들을 향할 때입니다.



# 성공과 실패만이 존재하는

   전쟁터에서 사는 이들

그나마 삶의 모든 순간에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다행입니다.

완벽성을 추구하는 곳이 일터라면

많은 성취를 해내겠지요.

해냈다는, 성취감에서 오는 우월감과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칭찬은 행복의 정점에 오르게 합니다.

그렇지만 성취만이 일터에서의 행복이라면

반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에도 처할 수 있습니다.

성취감만이 일터의 모든 만족감이라면

성취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완전한 성공자' 아니면 '완전한 실패자.'

양 끝으로 나뉜 결과만이 존재한다면

기쁨과 슬픔의 낙차에

몸과 마음까지 부서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완벽주의자는) 실패했을 때 즉각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완벽주의자는 지거나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면 금세 질투나 시기심이 치밀어 오르고
좌절감과 죄책감이 든다.
자신을 늘 남과의 경쟁 관계 속에서 바라보고,
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들에게 절대 내색하지 않지만, 이 점은 완벽주의자의 모든
영역을 관통하는, 내면 깊이 비밀스럽게 숨겨진 사고방식이자 행동양식이다.
_ <완벽주의에 작별을 고하다> 중에서



완벽주의자들이 또 다른 완벽주의자들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그가 회사 상사라면...

안 그래도 끊임없이 자신을 평가하고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이들에게는 이런 상황이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입니다.

자신의 기준에 늘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낮은 자존감.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또 다른 완벽주의자의 말 한마디에

자존감은 와르르 무너지고 맙니다.

"평범한 말이나 비판을 더 잘하라는 무언의 요구로 받아 들"이는

이들에게 완벽주의자인 상사의 한마디는

그야말로 상처 난 심장을 한번 더 찌르는 칼입니다.



나는 끊임없이 무슨 일이든 하고 성취해야 해.
내 가치는 거기에 달려 있어....
내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
나는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존중받을 거야....
끊임없이 뭔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생각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완벽주의는 탈진으로 인한 우울증, 소위 탈진 신드롬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_ <완벽주의에 작별을 고하다> 중에서



* 글을 쓰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완벽주의를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로 

넘겨봅니다 ( ;





* <완벽주의에 작별을 고하다>는 토기장이라는 기독교 출판사에서 나온 서적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