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영어학원 다니면 안돼?"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질문에 시작된 엄마의 고민

by 이음음

"엄마, 나도 친구들처럼 영어학원 보내주면 안 돼?"


드디어 올 것이 왔다.


breakfast, lunch, dinner. 이런 단어의

스펠링을 적어야 하는 영어 시험을 앞두고

소윤이는 울상이 되었다.


"나는 자꾸 틀리게 써."

"소윤아, 그건 네가 생각해서 맞힐 수 있는 게 아니야.

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그런 단어를 하루에 열 번 ,

스무 번 쓰면서 외워서 적을 수 있는 거야."


담임선생님과의 첫 상담 시간에

이런 얘기를 들려주셨다.


"소윤이가 한 번도 영어학원을 다녀 본 적이 없어요?

4학년까지는 영어가 그리 어렵지 않아서

괜찮을 거에요. 그런데 5학년이 되면 영어가 조금

어려워질 수 있어요..."


선생님의 말이 떠오르니

5학년이 되기 전에

지금 영어 학원을 보내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이 되었다.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전에 하던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기에.

어른인 엄마조차도 한정되어 있는

시간과 체력 안에서 너무 많은 일을 하다 보면

마음도 지치고, 일의 능률도 떨어진다.

그러니 아이는 오죽하겠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답을 찾아가야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소윤이에게는 지금 무엇이 중요한가?

부모인 나는 무엇을 중요시 여기며 소윤이를 키워야 할까?


무엇이 중요한지를 계속 묻지 않으면

세상의 흐름에 떠내려가 버린다.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

소윤이의 성향과 체력.

소윤이는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아무리 힘들어도

해야 할 일을 다 마치고 나서야 편안해한다.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서 뒹굴거리며 쉬는 시간도 좋아한다.

(날마다 가야하는 피아노 학원과 일주일에 두번 있는 방과후

만들기, 피구 수업만으로도 간혹 지쳐 보인다.)

그런 아이가 영어 학원까지 다니게 되면

해야 할 일이 더욱 많이 늘어날 듯했다.

학원을 오고가는 거리와 학원에서 앉아 있는 시간으로 인해

피곤해할 테고, 지친 상태로 쉬지도 못하고

숙제를 하느라 끙끙거릴 아이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열성 경기를 하며 1년에 4번 입원을 하며

연약했던 아이가 벌써 4학년이 되었다.

전과는 달리 밥도 잘 먹고, 잠도 많이 자며

몸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고 감사하다.

집에 와서 책을 뒤적이며 자기만의 소소한 시간을

보내는 아이의 모습은 여유 있고, 안락해 보인다.

그렇게 소윤이의 마음이 커가는 모습이 보인다.

잘 먹고, 땀 흘리며 신나게 놀고, 잘 쉴 때

아이의 얼굴에서 행복한 표정을 발견한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일단은, 영어학원을 미루기로 했다.

소윤이에게는 영어학원을 가기 위해

책 읽을 시간이나, 쉴 시간, 놀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소윤이가 학교에서 배운

영어 단어들을 하루에 한 장씩 엄마와 적으며

연습해 보기로 했다.


"엄마, 나 학원 안 가고

이렇게 엄마랑 해도 좋은 거 같아."


휴~ 다행이다.

소윤이의 한 마디에 엄마는 안도한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엄마도 소윤이도

전문가의 힘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려 했던 노력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날마다 소윤이와 영어 쓰기 한 장을

잘 해낼 자신은 없다.

언젠가 영어학원을 보내야 할까 말까를

다시 고민하고, 학원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어릴 때 영어 공부를 해두지 않아서

나중에 아이가 영어 때문에 힘들어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문제 앞에서 엄마와 소윤이가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며 했던 노력이

소중했음을 기억해야지.

그리고 학원을 가는 대신 소윤이가

누렸던 시간에 대해서 얘기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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