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그릇

조르조 모란디의 그림처럼

by 이음음


평생을

작고 좁은 작업실에서

그릇만을 그렸던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좁은 테이블 위에

호리호리한 물병,

납작한 깡통,

입이 넓은 찻잔 등 갖가지

모양의 그릇을 그렸습니다.


"조르조 모란디의 정물화는 정숙하고

고전적이고, 직설적이나 풍요롭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그의 그림은

오묘하게도 여러 느낌을 동시에 전해줍니다.

그러나 그의 그림을 정말로 좋아하게 된 건

이런 이유만은 아닙니다.


'소중한 것을 담는다'라는

그릇의 목적에 집중하면서

그의 그림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예배를 드리며

"거룩하고 깊고 넓은 그릇을 준비함"에 대한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며칠 후면

수백명이 영국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었습니다.


영국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열흘 동안 함께 먹고 자며,

가나, 미국, 영국, 나이지리아, 중국 등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릇이 깊다는것과

그릇이 넓다는것의 의미를....


피부색과 문화의 차이를 넘는 유연함과

사회적인 지위나 직분에 기댄

높은 태도가 아닌,

그저 가난하고, 겸손한

마음의 깊이를 갖는 것,

그것이 깊은 마음의 그릇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무엇이라 말씀하셔도

쌓인 습관과 편견, 문화의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온전히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순종하는

그런 넓은 마음.

그것이 넓은 그릇이었습니다.


그릇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소중한 것을 오롯이 담아낸다"라는

겉치레 없는 순수한 목적이 드러날 때입니다.

그런 진실함이 담긴

조르조 모란디의 그릇처럼.


소중한 것을

"정숙하고, 고전적이고, 직설적이나 풍요로운"

태도로 담아내는 그릇,

그 모양이 깊고, 넓어 마음껏 담아내는 그릇,

그런 그릇처럼 당신과 나의 마음이 빚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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