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의 당신에게

"그래야만 해"가 아니라 "그러지않아도 돼"로 바뀐 후

by 이음음

잔잔한 물결처럼

공기 중에 퍼진 당신의 흥얼거림...


나의 불안과 초조함으로

얼어버렸던 차 안의 공기는

난로가 켜진 방처럼 따뜻해졌습니다.


이제껏 아무도 내게

흥얼거리며 노래를 불러주지 않았습니다.

나도 나에게 노래를

불러준 적이 없었습니다.

당신의 노랫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서러움을 누르며

노래하는 당신의 옆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서른 살의 당신은 나에게

앞을 향해서만 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잠시 멈춰 서서 흥얼거리는 법을

들려주었습니다.





서른아홉이 되던 해.

뜨거운 햇살 아래 두꺼운 양복과

숨통이 쪼이는 넥타이가 달린

갑옷을 입은 당신은

자주 침묵했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당신의 입술은 흥얼거림을 잊은 채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돌아와 양복을 벗으며 내뱉는

가는 한숨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헐떡이던 당신의 호흡은

곧 끊어질 듯 말듯 흔들렸고...


"그래야만 해"가 아니라

"그러지 않아도 돼"라는 말을 듣고서야

당신은 다시 깊은 호흡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깊이 넣어두었던,

오래된 질문을 꺼내보았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역시 답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 것 같더군요.

잊고 지냈던 질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거대한 덩어리의 부품이 아닌

소중한 한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당신.



"떠밀려서 가는 길이 아닌

내가 선택한 길을 가기로 했어.

비록 벗어놓은 갑옷을 다시 입어야 할지라도."



무게감도, 조여 오는 긴장감도

전했지만,

당신은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운전을 하다가도, 과자를 먹다가도

저녁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다가도,

당신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제 나도 당신과 함께

노래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서른아홉의 당신에게 들려주는

나의 응원가...


서른아홉이 되던 해, 남편은 말수가 줄었습니다.
소리 없이 앓고 있던 그의 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의 마음이 어떠할지 더듬거리며
편지를 쓸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5년 후,
나도 그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가 먼저 지나간 길에 서고 보니
그의 마음에 내 마음이 포개어집니다.

당신도 이랬구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