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업로드하는 여름의 기억 (23.07.01)
6월 마지막 주, 텍사스의 한낮 기온은 38도에 다다릅니다. 해가 콘크리트 바닥을 치고 오는 복사열 때문에 체감온도는 42도예요. 그 때문에 낮 동안은 실내에서 생활합니다. 해가 서쪽 하늘 지면과 가까이 걸쳐져 있을 때부터 야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죠.
요즘 나와 힝구는 수영을 합니다. 7시 30분이 되면 아파트 공용 수영장으로 향합니다. 준비운동 따윈 필요 없어요. 이미 내리쬐는 태양에 물이 미지근하게 데워졌기 때문이죠.
나는 낮 동안 활동량이 거의 없기에, 수영장에서는 모든 에너지를 불태우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수영 스킬이 부족해 20미터쯤 되는 수영장 끝과 끝을 자유형과 배영으로 두 번만 왔다 갔다 하면 이미 숨이 차 풀장 가 쪽에 있는 수중의자에 걸터앉곤 하지요.
사실 나와 힝구의 모습은 텍사스 아파트 풀장과 이질적입니다. 사람들은 비키니를 입고, 튜브에 몸을 걸친 채 떠있거나, 그저 몸을 담근 채 맥주를 마시는데, 나는 팔이 달린 패들 슈트를 입고, 물안경을 낀 채 수영 센터에서 배운 영법을 구사하며 풀장을 가로지르기 때문이죠. 수영을 운동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 밖에 없는 것처럼요.
날씨가 점점 더 더워지면서 저녁에 풀장으로 모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남들과 다른 차림으로 열심히 수영하는 나를 불러 세운 안나와 멜리사는 내가 수영선수냐고 물었습니다. 안나는 자신도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 나는 처음 만난 그녀를 물속에서 안고 뜨는 방법부터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가망이 없었습니다. 힘을 빼지 않는 안나의 엉덩이는 계속 가라앉았거든요. 안나는 앞으로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그 후로 그녀를 볼 수 없었죠.
꼬마 친구도 생겼습니다. 샤샤는 3학년인데, 쉴 새 없이 재잘거립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좋다고 해놓고선 말하는 건 죄다 일본 만화였습니다.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어린애죠. 계속 나를 따라다니며 말을 거는 탓에 수영장에서 샤샤를 만나면 운동이 되는 수영은 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수영장에 가면 샤샤가 있나 없나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게 신기한 일이죠. 다음에 만나면 초코하임을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해가 지고 수영하며 동네 사람들을 만나는 삶은 텍사스를 떠나도 가끔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저녁 수영의 낭만과 함께, 잘 알지 못하지만 몇 번씩 얼굴을 본 가까운 누군가와 함께 물속에 있다는 건 꽤나 친근한 마음을 만들어 주거든요. 주말에도 저녁 수영을 해야 할까 봐요. 다른 할 일이 없거든요.
#수영 #저녁 #텍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