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알프스 인가 봐요
희수가 한국에서 시애틀에 왔다. MBA 과정 중, 학점이수를 위해 수업을 들으러 온 것이었지만 일정보다 그가 더 빨리 온 건 나와 함께 산을 타기 위함이었다. 우린 레이니어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하이킹을 하는 3일 동안, 하얀 빙하를 머리에 진 설산의 장엄함과 고원의 혹독한 날씨를 뚫고 자라난 야생화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마주했다.
우리는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우와’를 연발하며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내줬다가도 눈만 마주치면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와 내가 마주한 이 거대한 자연에 대한 마음과 생각이 같다는 걸 눈빛 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고도마다 달라지는 풍경에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연신 사진을 찍었지만 그 풍광을 담아낼 수 없었다. 그저 서 있는 곳에서 맑은 공기와 바람에 흠뻑 젖어 내 몸의 모든 세포가 이곳을 기억하길 바라며 눈앞에 펼쳐져 있는 시간과 공간을 한참 바라보았다.
희수는 그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밝고 긍정적인 태도로 최고의 여행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도로가 끊겨 3시간 반을 우회해서 도착한 허름한 캐빈에 내가 좌절했을 때도 희수는 침착하게 내 마음을 달래줬다. 꽤나 긴 트레일을 걷고, 마음껏 감탄할 수 있었던 것도 희수가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오랜만에 산을 타며 좋은 벗과 함께 두고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짧지만 강렬했던 3일을 촘촘히 수놓았고, 우리는 만날 때마다 다시금 이 여행을 열어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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