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죠
집에 돌아왔다. 이젠 어디를 집이라 불러야 할지 헷갈린다.
한국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샌프란시스코 복귀 3일 차가 된 오늘에서야 마음에 안정감이 스며든다.
엄마는 미국에 도착한 나와한 첫 통화에서 또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았다.
잘해준 것 없이 보내 미안하다며.
나는 따라쟁이라 엄마를 따라 같이 울었다.
엄마는 아프신 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떨구다가도, 멀리 떨어진 딸 생각에도 눈물을 흘린다.
눈물 마를 날 없는 엄마를 보면서 사랑이 과한 것도 때로는 피곤한 일이란 생각을 한다.
사랑이 슬픔이 되어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에 할머니를 뵐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고생만 하셨던 할머니는 그 흔한 해외여행 한 번도 못 가보고 파킨슨 병에 걸렸고, 지금은 허리압박골절로 요양 병원에 모셔졌다.
예전 같았으면 할머니를 아프게 만든 세상을 원망했겠지만, 나만 재미나게 잘 사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뿐이었겠지만, 지나간 과거에 후회를 남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또 있으랴.
나는 남은 시간 동안 할머니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할머니께 사랑한다고 귓가에 대고 계속 되뇌었다.
엄마도, 아빠도 "엄마, 사랑해." "장모님, 사랑합니다." 그렇게 사랑을 말했다.
우리에게 듬뿍 떠다 주신 사랑의 온기가 돌아 돌아 다시 할머니께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돌아온 샌프란엔 내 사랑 힝구가 삶아 둔 고구마가 있었다.
긴 비행 후 배가 고플까 건강식으로 준비해 둔 물먹은 고구마였다. (참고로 미국 고구마는 정말 맛이 없다.)
물컹물컹한 고구마와 함께 우유를 마시며 나는 또 한 번 생각한다.
정말 나는 참 복이 많구나. 사랑 가득한 외할머니를 둬서. 사랑 많은 엄마를 둬서. 사랑하는 남편을 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