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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Dec 20. 2020

프랑스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6년

한국 며느라기의 프랑스 명절 보내기

이번해로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지 6년이다.

독일 생활 7년 - 친한 언니들이 늘 곁에 있었고 나의 20대가 있었으며 오고 간 사랑들이 있었고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생활은 막바지에 아주 지루했다, 별거 없는 독일이 그렇듯이.

그렇다 보니 프랑스에서의 모든 것은 새롭신기 수밖에 없었다.


첫해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사이에서, 어색한 분위기 그즈음에서  따라주는 술만 멋모르고 연거푸 마셨던 기억이 난다. 와인으로 시작한 우아한 식사는 막판에 독주 한잔을 마무리로 새벽 2시까지 계속되는 큰 가족 식사였다. 어른들은 웃고 떠들고 이따금 담배 피우는 그룹은 나가서 담배를 뿜어대고 아이들은 늦어가는 밤에도 신나게 뛰어다니고..그저 내 앞에 놓인 식사와 술에만 충실했다. 사실 그거 말고는 따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크리스마스는  그래서 늘 술독에 빠진 듯 내가 술에 절여진 듯 비몽사몽으로 보냈다.

우리가 명절에 모이면 밤새도록 준비했던 음식을 함께 먹고 윷놀이 등 명절놀이를 하며 가족 얘기를 하는 모습은 지금 프랑스 가족들에게서 약간의 분위기의 차이만 있을 뿐 모양새는 비슷하다.


6년을 그렇게 해보니

이제는 조금 지겹다.

내가 이 씨 집안 명절을 보내는 게 아니라 며느리로서 조셉 가족에게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라 아마 그럴 거다. 술독에 빠진 듯 연거푸 마시지 않아도 "한잔이면 됐습니다" 하고 거절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고 귀 열고 듣지 않아도 대강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도 생겼고 눈치껏 어디 낄지 말지 연륜도 생겼다.

매해 먹는 음식이 - 기본적으로 크리스마스 메뉴라 하면 푸아그라, 달팽이 요리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는 아이스크림 디저트, 그리고 장 생활 이야기를 차례차례 읊고 일상생활, 케케묵은 어린 시절 얘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다 뒤집고 나면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첫째는 산타할아버지가 온다고 좋아라 하지만 이제 나는 그 일련의 반복이 슬슬 지겹다. 독일에서 7년 차 생활이 그랬듯, 여기서 7년이 되어가니 또 슬그머니 엉덩이가 들썩거리는가 보다.

일주일 한번 먹는 피자 맛이 환상적이듯이 나는 매일 먹는 외국 음식은 쉽게 물리나 보다. 역시 김치가 좋다. 시집을 가서 출가외인을 했는데도 보고 자란 환경이 이렇지가 않다 보니 흥이 없다.


이번 해에는 한국 며느리인 내가 불고기와 떡볶이를 만들어 점심으로 차려보았다. 시아버님을 포함해서 시동생 모두 한국을 다녀왔기 때문에 한국 음식을 잘 알고는 있으나 크리스마스랍시고 먹는 한국 음식은 또 처음일 것이다. 뚝딱뚝딱해서 두 가지 음식을 다 해서 내어놓고 보니 맛은 있다마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텃텃하다.

내년에는 누가 뭐래도 두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겠다.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는 한국에서의 크리스마스가 덜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엄마 나라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보낸다 하는 것을 알고서 나중에 원하는 선택은 본인들이 알아서 하면 될 것 같다.


하늘길이 다시 열리길 바라며,

코로나로 우중충했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걷고,

모두 묵은해 잘 보내시고 새해맞이 잘하시길 바라본다.


Joyeux Noë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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