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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Aug 06. 2020

잠 못 드는 그대에게

오랜 불면증

프랑스로 이사를 오면서 나에게 있던 불면증이 더 심각해졌다. 잠을 깊게 들지 못할뿐더러 잠에서 일어나면 다시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것이다. 안대도 사서 해보고 귀마개도 꼽아보고 자기 전 따뜻한 우유도 마셔보고.. 인터넷에 떠도는 불면증에 좋다는 것은 다 해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하루 종일 적게 움직이는 편도 아닌데 바람 빠진 공처럼 몸은 늘어지고 머리는 무겁지만 머릿속은 이제 낮 12시 마냥 쨍쨍하게 깨있다. 미칠 노릇이다. 생각의 꼬리를 쫒아가다 보면 누워있는 채로 두 시간이 훌쩍 간다. 시계를 바라보면 조바심만 들뿐이다. 침대가 있는 방은 아예 똑딱 시계며 작은 소리가 날 법한 것은 모조리 치우고 작은 거울조차도 달지 않았다. 화장실 가는 길에 거울에 반사된 나를 보고 잠 못 든 적이 있었기에..

허나 옆에 있는 남편은 질투 나게 코를 골며 잘 잔다. 세상 제일 부러운 사람이다. 어디 가도 바로 고꾸라져서 잘 수 있는 저 능력은 돈 주고라도 사 오고 싶다. 예전에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머리만 대면 잘 수 있는 나였지만 지금은 애석하게도 그러질 못하다.


불면증은 아기를 낳고 더욱 심각해졌다. 첫째를 낳고는 아주 예민한 상태로 첫 1년을 보냈다. 수유 때 외에도 잘 때 숨은 쉬는지 몇 번을 체크했고 아기가 뒤척이는 소리에도 벌떡 일어났다. 거의 1년을 좀비마냥 쾡한 얼굴로 다녔다. 나의 그런 괴팍한 불면증으로 우리 아기는 태어나고 한 달 뒤 다른 방에서 자게 됐다. 남편이란 사람은 아기가 깨건 울건 옆에서 잘만 주무셨다. 더구나 집안 내력으로 그의 코 고는 소리 엄청났다. 코골이를 방지해 준다는 교정기를 500유로를 주고 맞춰서 소리가 줄긴 했어도 그래도 나의 불면증은 여전했다. 홀로 따로 자보았지만 문제는 비단 코골이 소리 때문만은 아닌 것을 알았다. 문제는 내 머릿속인 것이다.


둘째를 낳고 나는 다른 마음가짐을 갖기로 했다 - 잠을 1년간 포기한다. 잠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를 마음에서 지우기로 했다. 소위 말하는 적정 수면시간 7~8시간을 어차피 나는 못 자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그따위 잠이야 포기하는 것으로 나와 타협했다. 그러니 차라리 마음편하다. 그랬더니 2~3시간만 자고도 몸은 일상을 그런대로 견디어 갔다. 한 번은 아기와 함께 낮에 쪽잠을 잤다가 밤잠이 안 와서 그다음부터는 낮에 어떻게든 버텼다. 그러고는 저녁 10시 기절해서 잠을 잤다. 오랜만에 정신을 잃고 3 시간을 푹 잔 거 같다. 일어나 보니 손목시계가 머리맡에 똑딱똑딱 가고 있었다.


나는 아이유의 '밤편지'라는 노래를 참 좋아한다. 사랑하는 이의 숙면을 바란다는 다소 애매한 의미의 노래이지만 난 그 마음을 이제 알 것도 같다. 둘째를 영입하고 남편이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아기의 젖은 기저귀를 갈아준다던지 우유를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보고 어떻게 3시간만 자고 견딜 수 있냔다. 쾡한 남편 얼굴에 주름이 늘었다. 오늘만큼은 사랑하는 남편의 깊은 숙면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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