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대란
오늘 저녁은 떡국 먹을거야.
국물 준비해두고 있으니까 저녁에 함께 먹자.
국물을 많이 우려내서 국물이 남으면 냉동고에 차곡차곡 채워두었다가 나중에 다른 반찬 거리가 없을 때 소면이라도 씻어서 후루룩 말아먹어도 그만일 거 같다.
하아. 마음이 벌써 든든하다.
이미 집에 도착했어야 할 첫아들은 오늘부로 2주 겨울방학을 맞아 아빠와 함께 공원에서 더 뛰어놀고 오는 모양이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파리 및 근교 지역 사람들이 점차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첫아들 반 친구 2명도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한다.
오늘 저녁 메뉴는...
햄버거에 감자 튀김을 먹자.
방학 첫날이니까 맥도날드 버거, 오케이?
"그게 뭐가 중요하냐. 떡국은 내일 또 먹어도 되지" 남편이 내 얼굴을 한참 보더니 못내 한마디 한다.
내일 너님이나 많이 (쳐)드세요 그럼.
떡국 하나 때문에 그 동안 한 3개월치 쌓아두었던 것을 내가 저녁상 앞에서 또 읊기 시작했다. 반은 한국인인데 프랑스에서 태어나 너무 프랑스 스럽게(?) 자라는 아들이 못내 아쉽고 섭섭한데 남편이란 사람이 이런 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서 도와주기는 커녕 지네는 아메리카 설날이란다.
진정 미칠 노릇이다.
프랑스에서는 '설'의 개념이 음력으로 새는 새해라는 뜻도 있지만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중국 새해' 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새해를 맞아 이런 저런 한국과자며 이런 저런 물품을 챙겨서 둘째를 봐주시는 보모와 옆집에도 갖다주니 '한국에서도 중국 새해처럼 음력을 새니?' 이렇게 얘기한다.
얼마전 학교에서 '중국 새해'를 배워온 아들은 집에 오자마자 '니하오',' 씨에씨에' 를 왼다.
그리고 젓가락을 사용하며 중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품이라 한다.
'너는 반은 내 핏줄인데, 어쩜 이렇게 가끔 낯서니.'
내년에는 아예 부엌에 하루 종일 들어앉아 전을 부치던지 고기 산적을 굽던지 해야겠다.
설사아니 또 '나혼자 명절'일지라도 그렇게 몇시간씩 음식을 해놓으면 미안해서라도 한두개 같이 먹겠지.
아니면 온가족이 한국을 가서 내년 설을 함께 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때까지 코로나가 끝났으면.
'나홀로 명절' 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