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열성 경련
열이 있던 상태도 아닌데, 갑작스레 발작으로 이어진 데는 어떤 이유일까.
그다음 날 한달음에 달려간 소아과 검진.
아니나 다를까 후두염이라고 하신다.
열에 약한 아이들은 미열이 없는 상태에도 어떤 경우로든 열이 2분 안에 바로 쏟구칠 수 있기 때문에 전조증상이 없이도 가능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아....
그리고 온 목안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라 의사 선생님은 며칠간은 먹을 것을 강요하지 말라고 하신다. 애가 마치 죽을 거처럼 몇 분을 그러했을 텐데 어떻게 그리 차분하게 처리를 할 수 있었냐고 남편에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래 난 사시나무 떨듯이 사지를 파르를 떨면서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어떻게, 태연하게, 다시 일상으로, 무던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면 되나.
냉장고를 여니 얼마 전 아는 언니가 가져다준 동치미 한통이 있다.
답답한 마음에 뭔가 들이킬 것 찾던 중에, 통을 열어 동치미 국물을 통째로 들이켰다.
쌓여있던 체증이 아래로 쭉 내려가는 것 같다.
시원하게 트림도 꺼억 나온다.
한통 찰랑찰랑하던 동치미 한통이 금방 동이 난다.
'그래. 가끔은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더니.'
우리 엄마가 국물김치는 끝내주게 담그는데, 내가 지금 엄마가 많이 필요한 모양인가 보다.
쩍쩍 갈라진 땅처럼 마음 가득한 메마름 속에 한줄기 오아시스 같은 동치미 한 사발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에 엄마 아빠를 못 본 지도 해가 2년이 다됐는데,
두 아들을 키우면서 나도 엄마 앞에서 아이처럼 펑펑 울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지금이 그런 때였나 보다.
동치미에게 힐링을 받다니 - 생각해보면 좀 어처구니가 없다 해도 정말 그랬다.
여기서 김치는 너무 귀한 반찬이라 자주 먹지도 못하는데 하물며 동치미는 더 귀하디 귀하다.
둘째가 좀 괜찮아지면 장을 봐다가 동치미 한통 그득하게 담아둬야겠다.
마음이 좀 헛헛할 때마다 쭉쭉 마셔야겠다.
심기일전해서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사면되지.
La vie n’est pas d’attendre que les orages passent,
c’est d’apprendre comment danser sous la pluie.
(인생이란 폭풍이 지나가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래, 어쩌면 인생이 그런 거 일지도 모른다.
그저 인생은 폭풍 속을 지나가는 과정 같은 것.
우리네 인생 속에 평온함, 행복함 뿐만 아니라 시련, 고민, 아픔 그 모든 것이 들어있는 것이 통틀어 인생인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