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선택을 한 어린이

by 이은주

2024년 3월 14일 학교 연중행사에 들어 가 있는 학급임원 선거 날.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임원이 되면 1년 동안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하여, 임원이 안 되면 1년 뒤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


당일 날 아침 등교하기 전, 청바지에 하얀 남방을 차려입고 머리를 질끈 묶었다.

"엄마, 1교시에 선거 진행되는데 회장 후보 4명, 부회장 여. 남 각 1명씩 9명의 후보가 나와"

"긴장 안되니?" "응, 괜찮아" "결과 나오면 연락 줘" "알았어"

엄마 마음과는 다르게 아이는 씩씩했다. 여러 번 시계를 보며 연락을 기다리던 중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부회장 한다고 했어!' '응, 잘했어!'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말은 잘했다고 했지만, 부회장 됐다는 말이 아닌 한다고 했어? 뭐지? 하교하고 돌아오면 이야기를 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이 올 시간을 기다렸다.


띠링~ 핸드폰 알림이 울린다. 바로 담임 선생님께서 임원 당선 된 친구들을 공지하셨다.

기대로 가득한 부푼 내 마음은 순식간에 푹 꺼져 버렸다. '그래도 됐으니 다행이지.' 라며 속말을 하였다.


하교하고 돌아온 아이에게 물었다. 선거 어떻게 되었는지.

"선생님이 부회장 먼저 연설하라고 하셨는데 회장으로 나온 후보도 해도 된다고 하셔서 하게 되었어. 근데 내가 부회장으로 된 거야. 그다음 회장 후보로 연설하는데 두 표 차이로 안 됐어." "그랬어?"

"그런데, 선생님이 투표다 끝나고 누가 누구 찍었는지 공개하셨어. 그때 회장 된 친구가 자기 이름을 쓴 거야. 선생님께서 자기 이름 쓰지 말라고 하셨거든.. 그래서 그 친구를 혼내시면서 그럼 나 하고 한 표 차이가 난 상태가 되는 건데 선생님이 나 보고 회장하지 않겠냐고 물으셨어? 그래서 안 하겠다고 말씀드렸어!" "왜?"

"회장을 하게 된다면 내 표를 다 받아서 된 것도 아니고 그럼 그 친구는 회장도 부회장도 못 하게 되는 거잖아" "난 친구들이 뽑아 준 부회장 하기로 했어!" "그리고, 선생님께서 임원들에게 오만 원 신세계 상품권을 주신다고 하셨는데 난 학급 친구들에게 사용한다고 했어!" "오! 그건, 잘했다." 순간, 뜨끔했다. 욕심 같아서는 회장 한다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론, 욕심에 눈이 멀어 순간의 판단을 잘 못 할 때가 있다. 10살 어린이는 공정한 판단을 했고 선택을 했다.

회장이 된 친구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모르지만, 끝날 때까지 울었고 부회장이 된 아이는 친구들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선물을 받았다.


살아가면서 선택의 순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당장 눈앞의 욕심만 생각해서 선택을 해야 하나? 아니면 조금 손해 보는 것 같은 선택을 해야 하나? 갈등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일 것이다.

나는 또 하나를 배우게 되었다. '손해 보는 장사는 없다'는 말이 있듯 욕심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선택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늘 지혜를 발휘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어느 쪽이 올바른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의식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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