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일상들은 순항 중이다. 아침 9시쯤 일어나 널널히 하루를 시작한다. 소파에 드러눕다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고, 책을 좀 보다가 출근 준비를 마친다. 그렇게 12시 정도. 집 밖을 나서 일터에 도착한다. 일을 하며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할 것이 많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자율적이다. 관리자의 지시보다는 정말 알아서 잘 해야 하는….. 문구 파트를 배정받았는데 발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다 알아서 관리하고 판매해야 한다. 청소는 기본이요, 샘플 관리와 제품 배치, 레이아웃 변경 등등등, 마치 백화점 안에서 하나의 매장을 입점시켜 관리하듯, 무인양품 안에서 하나의 파트를 스스로 꾸미고 관리하고 판매하는 일이다….
재밌는가? 그렇다. 이유는? 첫째로 직원들이 인간적으로 좋고, 일의 스트레스는 육체적 고통뿐, 나름 창조적이고 사랑을 주고받는 활동이다.. 5일 근무지만 2일 일하고 쉬고 3일 일하고 쉬는 게 좋다. 아침에 여유로이 일어나는 게 좋다. 까만 밤에 퇴근하여 그대로 잠드는 게 좋다. 자신에게 걸맞은 생활패턴은 정말로 예민성을 줄인다. 짜증 나는 아침과 우울해지는 밤이 사라진다는 것이 삶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있다. 삶의 질이란 과연 이런 것이다. 경제적 여유나 생활 수준 같은 것 따위가 아니라.
대전에서의 연구소 생활과 비교하자면,,,, 말도 안 되는 근무환경이랄까. 역시나 사람은 무언가를 경험해 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냥 그 세상에 갇혀 열심히 버둥대다 죽어간다. 우물 밖 자신에게 걸맞은 세상이 존재하는 지도 모른 채.
물론 체력적 피로도는 쌓인다. 기본적으로 서서 일해야 하고, 남들처럼 이틀 연속 쉬는 날이 드무니까. 밤에 운동을 하지 못하니 체력은 점점 더 줄어든다. 지금의 문제는 이 정도랄까.
또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나 또한 소비주의에 가담하고 있다는 감각. 삶에 사실 필요도 없는 것들을 순간의 유혹에 못 이겨 혹은 그간의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확, 사버리고 다시 버리고를 반복하는. 채울수록 다시 공허해지고 줄어드는 통장 잔고에 다시 불안감을 느껴 직업적 성과에 집착하게 되는. 어느새 사람 위에 자본을 두는. 그런 소비주의.
어쨌든 너무 끌려가지는 말자. 집단, 직업에 대한 과한 몰입은 나 자신을 잊게 하여 잠깐 동안의 만족감을 주긴 하지만 지속 가능하지는 못하니까. 나는 계속 나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사랑이 그 무엇보다 먼저임을 계속 되뇌고 실천해야 한다. 그러는 것이 좋다. 분명 더 좋다.
속된 세상. x된 세상. 병자들이 우글거리는. 돈에 대한 탐욕을, 타자에 대한 미움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마음껏 드러내는 세상. 인류의 시작부터 혐오가 만연했다지만, 요즘의 세상은 정말 심상치 않다.
그러나 사랑이 가득한 세상에 사랑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질투와 불행과 우울과 폭력이 난무하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은 더 귀한 것이 된다. 더 추구할 만한 것이 된다.
삶은 계속된다. 내가 서있는 이곳이 결말은 아니다. 나는 언제나 과정 속에.
오르락 내리락, 내리락 오르락. 병은 결국 건강 상태로 가게 되니까 병이다.
세상도 끝나지 않는다. 나의 삶과 같이.
다투던 이들과 화해하고, 기쁨을 나누던 사람과 이별하고, 이별한 사람과 다시 마주하고, 울다가도 웃고, 웃다가도 울고, 아프다가도 금세 치유된다.
그러니 우리의 세상도 그러하겠지. 그런 당연한 믿음으로. 희망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