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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우 Oct 16. 2024

'탈'전공을 꿈꾸며, 전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

전공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믿음의 밑바탕이 된다. 

전공에 대한 고민이 부쩍 많아지는 것 같다. 비단 나뿐만의 일이 아닌 사회의 흐름 같기도 하다.

워낙 사회변화가 빠른 지금의 시대에서는 전공만으로 살아남기 어렵고 심지어 전공의 지속성도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인듯 하다.

또 나처럼 성인이 되고나서부터 새로운 세상을 체험한 자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전공만을 고집할 수 있을까. 


물론 아깝다. 초중고를 거쳐 대학입시에 도전하기까지. 또 대학에 들어와 A+를 위해 노력한 나날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하고 노력하였는가. 미래의 빛을 위해 얼마나 많은 현재들이 희생되어 왔던가. 

그러나 과거의 결정대로만 살아갈 수는 없는법. 변화하고 싶을 땐 마땅히 그래야 한다. 

하고 싶지 않은것을 억지로 하는 경우, 삶의 이유는 사라진다. 

삶의 이유는 '지금의 나'가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때에야 비로소 생겨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회사에서 퇴근한 아버지가 자식들을 보고 웃음을 짓는 장면처럼, 오늘 하루가 아무리 힘들었을지라도 사랑하는 이들을 마주하고 그들에게 도달한 순간. 살고자 하는 욕구가 다시 작동하는 것이다. 


또 하나 마음의 위안을 주는 사실은 스스로 힘들여 공부한 것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공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활동한다고 해도 학교에서 공부했던 것이 전부 쓸모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성인이 된 이후 4년간 배웠던 전공지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학창시절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대학시절을 거치며 과제와 시험에 시달리기는 하지만 그 학업의 경험으로 자기만의 세계관이 생겨난다. 책상에 앉아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며 자신만의 과제물을 만들게 되면서 고등학교시절과는 다른 무언가가 내면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전공은 한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믿음의 밑바탕이 된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세상을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으로 이해한다. 세상을 구성하는 존재간에 interaction으로 이해한다. 그게 화학공학이다. (음식을 먹고 배출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책과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이런 것은 결국 나와 타자간의 물질과 에너지의 '교환'이다. 이런 것들은 한쪽으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열역학법칙에 위배되는 것들을 믿지 않는다.)


그러니 전공은 사라질 수 없다. 내가 있는 곳 어디든. 무엇을 바라보든. 

'나'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전공은 나와 외부세계에 대한 이해의 근간이 된다.

그러니 너무 아까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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