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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우 Oct 14. 2024

어린시절은 정말 걱정없이 좋았을까?

어린아이도 충분히 고통을 겪는다.

이따금씩 과거를 추억한다. 특히 어린시절. 순수했고 시름없던 시절을 떠올리며 하루일과가 그저 즐기는 것이 전부였던 것을 추억한다. 그땐 좋았지...하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다시 한번 숨을 들이쉬고 내뱉은 뒤 다시 과거를 떠올려본다. 그제서야 어린시절이 마냥 즐거움으로 가득찼던 것이 아님을 인정하게 된다. 그때에도 분명 삶의 고통과 마주하고 있었다.

선생님에게 혼나던 순간. 엄마에게 거짓말이 들통날까 걱정했었고 병원에 가야하는 날이면 그게 너무 싫어 곤욕을 치뤘었다. 감기약은 너무나 썼었다. 구역질이 나올정도로. 또 있다. 구몬숙제를 위해 책상에 앉아있는 그 시간이 참 지루해 미루고 미루다보면 감당하지 못하는 고통이 미래에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는 학교에 가면 회초리를 맞았고 또 친구들 무리에 어울리지 못할까봐 내내 걱정하곤 했었다. 그리고 이것들이 참 고통스러웠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별것 아닌 일들이다. 또 지금의 내가 느끼는 고통에 비하면 아주 작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소용있는가. 그때의 나에겐 이것들이 거의 전부여서 그 고통의 크기는 지금의 것과 비할만 했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나면..... 그때가 좋았지 하면서 과거를 미화하는 짓은 그만두도록 하자. 지금이 그렇듯 과거에도 고통이 있었다. 다만 지금처럼, 동시에 기쁜일도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의 미래도 똑같으리라. 영원한 기쁨에 도달하는 구원은 없다. 결국 모든 것들이 '지금, 여기'서 느끼고 있는 감각과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의 말은 무시하자. 지금의 청춘이 인생의 가장 밝은 빛이었다는 말들을 무시하자.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뿐이다. 미래의 시각에서도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면 마치 즐거움으로 가득찬 생활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그것은 사실이 아닌 미화이다.

또 그들은 청춘들의 고통을 무시하는 듯 보인다. 권위적인 이들은 현재의 자신을 과신한 나머지 그 외 다른 것들은 과소평가한다. 타인은 물론 자신의 과거까지도. 


(또 우울에 빠진 사람들은 열등감에 빠져 타인의 것을 부러워한다. 무엇이 되었든 결국 나는 나인데. 이 밸런스를 잡기가 참으로 어렵다. 나는 가끔 열등감에 빠지면서도 타인의 고통과 과거의 그것을 무시하곤한다. 심지어 그게 뭔지 알면서도 떨쳐내기가 어렵다. 그러니 인간이겠지.)


너는 별로 고통을 느낀적이 없고 만약 그렇다하더라도 아주 작을 것이라는 그들의 오만함에 치를 떨며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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