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ymer 중합을 위한 make up을 진행했다.
쉬운 말로, 중합을 위한 단량체들을 비율에 따라 준비해놓는 과정이다.
졸업이 거의 다가온 지금의 화학공학도가 할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곳이 유해한 화학물질을 다룬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현대에 사용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강한 반응성을 가진 물질들을 사용할 테이고 나는 그것들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려 대학에 갔던 것이고. 그러니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정말 몰랐다. 책을 펴고 공부만 하다보니 그것들의 위험가능성들을 애써 무시했던 것이다.
고분자 합성에 필요한 유기물질들은 그 냄새만 맡아도 거부감이 상당하다.
인체에 위험하다는 신호들을 나에게 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나는 원래부터 실험이 싫었다. 화학물질들의 냄새를 맡는 것부터 싫었고 그 양들을 손으로 조절해가며 미리 설정된 레시피대로 움직이는 게 싫었다. 시간을 준수해야하며 변화들을 관찰하고 조절해나가는 과정이 지루했다. 아마도 나의 예민함은 정신뿐 아니라 외부의 것들에게도 포함되는 것이었을지도.
그런데 어째서 4학년까지 올수 있었던 건인가? 책속엔 평화가 있었다. 글과 그림을 들여다보고 혼자서 머릿속으로 생각해가며 손으로는 풀이를 작성하는 일이 재밌었다.
그러나 이것은 학문에 해당될 뿐 산업에서 돈을 버는 일과 관련이 없나보다.
지나고보니 그리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그때의 나를 지배했었고 나는 독서실에 앉아 전공서적과 강의노트를 들여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세상을 좀 더 들여다 보았더라면.....
다행히도. 휴학 후 1년 간 했었던 스파오 알바와 제대 후 꾸준히 읽었던 문학들이 지금의 내가 세상을 조금 달리 보는데 도움을 주었다. 미래를 열어 놓을 수록 삶의 가능성과 기대는 커진다. 이제 명확한 목표가 사라졌으니 좋은 출발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