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 학문이에요."
오후 2시. 점심을 먹고 오후일과를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난 시각. 피곤함과 나른함이 몰려오는 시각.
점심시간에 커피를 사다 먹었지만 피곤함이 게워나지 않는다. 출근 첫 주의 마지막이라서 일까. 내 스스로가 긴장하고 있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몸의 피로는 무섭게도 솔직하다.
돈을 벌기위해선 일을 해야한다. 그러나 정직원도 인턴도 아닌 애매한 위치의 실습생에게 해당되지 않는 말일 수도.
학생은 공부를 해도 된다. 4학년 막바지에 이른 지금 먹고살기 위해선 취업준비를 해야하니까.
연구소의 사람들도 봐주는 분위기이다. 나는 여기서 평생 먹고사는 입장이 아니니까. 본인의 앞날을 위해 개척해나가야만 하니까.
그래서인지 자격증 공부나 면접준비를 하는 것을 오히려 더 부추기는 느낌이다. 자신들이 그리 걸어왔듯 너네들 또한 마땅히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지 않는가하는 듯.
나는 그들에게 대답한다. 이것저것 고민하고 있고 벌어먹고 살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그러나 내 진짜 속내는 그렇지 않다. 모두 놓아둔 채 쉬고 싶다.
다른 실습생들과는 다르게 남는시간에 자격증공부를 하지 않는다. 대신 소설을 읽는다. 글도 쓴다.
그것이 그들의 눈에는 이해가 안되었던 모양이다.
왜 소설을 읽나요? 지금처럼 부장님 안계실때는 괜찮아요. 근데 계실때는 그러지 말아요.
그럼 나는 반박하고 싶어진다. 문학도 학문인걸요. 이것도 저를 위한 개척작업이에요.
그러나 속으로 삼킨다. 네.
혹시 눈치를 주는 것은 내가 아닐까. 그의 말은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책을 읽어도 괜찮다는 말이지 않을까.
어쩌면 그 역시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미숙할지도 모르겠다.
꼰대란 눈치없는 사람이다. 덧붙이자면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미숙해 눈치없이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악인이 아니다. 아랫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뿐. 마주앉아 대화하는 것에 미숙한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