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는 내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안다. 어쩌면 바라고 있을지도.
그러나 죽음이 예정되어 있음을 안다는 사실이 당장의 죽음을 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굳이 당장이 아니라 해도 상관없으니까. 마치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굳이 당장 잠에 들지 않는 것과 같은 심리이다. 잠에 들기 전 책을 펴 생각의 시간을 갖고, 노래를 감상하거나 여자친구와 통화를 한다거나, 유튜브 한 편을 더 보려 하는 것과 같은 흐름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생각의 결론은 "죽음이 도래하기 전 하고 싶은 것을 행한다"로 귀결된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그전에 지금 남아있는 삶을 영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내 삶에서 돈은 가치를 잃는다. 권력이나 명예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세상의 모든 가치들은 다시 나의 해석으로 재배치되어 나의 취향과 관심사만이 살아남게 된다.
까마득해 무서웠던 미래들이 희미해진다. 인생에 수행해야 할 퀘스트를 하나하나 깨나 갔던 과거와도 작별한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할 뿐인 현재에 충실하여 나의 하루를 살아낸다. 미래의 끝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안다는 것만으로 삶의 무게는 이렇게나 가벼워진다.
이런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다. 죽음이 끝이라서, 오히려 안도한다. 삶을 위해 달성해야 할 목표라던가 쌓고 지켜야만 하는 것들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시간이 반드시 정해져 있으니, 나는 가벼워지고 단순해지며 비로소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