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제주에 왔습니다.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당황하고 슬프기도 하였지요. 따뜻한 봄 날씨를 기대하고 간절히 바랬었습니다. 도시의 추운 겨울이 저를 갉아먹고 있고 피로하게 한다고 확신했으니까요. 그러나 정작 제주는 차갑고 흐린 날들로 가득 했습니다. 바닷가의 칼바람 탓에 저는 여전히 오들오들 떨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따뜻한 봄을 '제주'에서 기다리는 일만큼 설레는 일이 또 없다는 것을요. 고향과 멀리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타지. 아는 이도 별로 없거니와 지리정보도 부족한 이곳에서 저는 여전히 봄을 꿈꾸고 있습니다. 기대와 다른 여행이라도 언제나 희망을 품어야 합니다.
최근에 무력감과 불안의 원인들을 발견했습니다. 저의 심리적인 원인이 아니였어요. 호르몬 과다의 문제. 신체기능의 고장이었습니다. 물론 고장이 난 원인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포함되기는 하겠지만요. 저는 병을 진단받고난 이후 마음이 홀가분 해졌습니다. 그간의 고통과 지금 느끼는 이 불쾌한 기분을 모두 질병의 탓으로 돌리면 되니까요. 저를 탓하지도, 주변인들을 탓하지도, 세상을 탓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따뜻함의 연쇄를 아시나요. 저는 오늘 어른의 경험을 했습니다. 어른이란 그런 것 같아요. 따뜻함을 받기만 하던 자에서 주는 인간으로 자라나는 것이요. 우리는 어릴때 늘 주변인들로부터 받기만 하잖아요. 부모님의 사랑, 선생님의 케어 등. 아이는 늘 그렇듯 귀여움받고 사랑을 받죠. 그렇게 받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새 성숙해져 주변인들에게 다시 사랑을 전달할 때, 저는 그때가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해타산적인 생각 없이요. 리턴을 받지 않아도 되는 따뜻함을 자연스레 전달하는 인간만 어른인거에요. 그런 어른들만이 따뜻함의 연쇄를 발현시킬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