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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Feb 23. 2022

생각의 경계선이 넓어지는 행복한 사람

평소 고려하지 않던 것들까지 고려할 줄 알게 되는 행복한 사람

인간은 세상에 있는 다양한 대상들을 범주(category)라는 형태로 압축하여 파악한다.


범주는 참으로 편리하고 효율적인 도구이다. 유사한 것들끼리 묶어서 실제로 공부해야 하는 지식을 줄여주니 말이다. 눈에 보이는 강아지마다 모두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아마 강아지 이름 외우다가 날을 샐지도 모른다. 보이는 비둘기마다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우와. 요즘 비둘기 동네마다 엄청 많은데, 아마 비둘기 이름 짓다가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름 짓거나 외우다가 정작 더 중요한 일들(돈 버는 일?)을 놓치는 법이 없다. 범주화를 시켜서 간단하게 요약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을 늘 몇 개의 범주로 압축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전문 분야가 있기 마련인데, 자기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범주는 매우 세분화시켜서 알고 있게 된다. 보통 사람에게는 그냥 다 똑같은 사과지만, 사과 전문가에게는 홍옥, 아오리, 부사, 얼음골 사과가 다 다른 법이다. 우리 동네 길은 샛길까지 훤하게 알지만, 가끔 가는 동네 길은 큰길밖에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 동네는 내 전문이기에 생각의 경계선이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지만, 잘 모르는 동네는 생각의 경계선이 굵직굵직하다.


그러나 전문가가 언제나 범주를 구체화하는 쪽으로만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범주를 확장하는 쪽으로도 일가견이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기준을 세워서 범주화를 하는 능력도 뛰어난 것이 바로 전문가다. 휴대전화기에 전화 기능만 집어넣던 시대의 사람들 중, 그 분야의 전문성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몇몇 사람들은 휴대전화에 컴퓨터와 인터넷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했고, 그렇게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을 만들어 냈다.


스마트폰은 과연 어떤 범주인가? 전화기인가? 컴퓨터인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는 범주를 새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범주 창조! 그래 스마트폰은 스마트기기라고 부르도록 하자!


이렇게 자기 분야에 대한 세분화된 지식에 통달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그 영역 밖으로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의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범주의 세계를 넓혀나간다. 사고의 확장이라고나 할까?


어떤가? 정말 멋있지 않은가?(나만 그런가?) 여러분도 이런 전문가가 되고 싶지 않은가? 전문가처럼 더 넓은 범주를 아우르는 사람들이 되고 싶지 않은가?


아쉽게도 여러분이 전문가처럼 사고의 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출 만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말했지 않은가, 세부 사항을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 그다음에 확장도 하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말이다.


뭐라고? 공부하기 싫다고? 지름길을 알려달라고? 흐음... 이걸 어쩐다... 그럼 여러분을 위해 천기누설을 하나 해주도록 하겠다. 여기서만 알려드리는 것이다.


Photo by Ian Stauffer on Unsplash


전문성을 갖추지 않았지만, 전문가처럼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범주를 아우르고, 범주를 통합하고, 새로운 범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물론 그 효과가 오래 가진 않는다. 그래도 원하기만 한다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전문가처럼 될 수 있다. 뭐냐고?


바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은 사탕을 선물로 주면서 행복하게 만들었고, 다른 그룹은 아무런 선물을 받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범주화 과제를 진행했다. 문제는 이런 게 나왔다.

버스가 교통수단인가? 답은? 그렇다.

트럭이 교통수단인가? 답은? 그렇다.

여기까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때, 당황스러운 문제가 하나 등장한다!

낙타가 교통수단인가? 엥? 낙타가 어쩌고 어째?

휠체어가 교통수단인가? 얼씨구!

엘리베이터가 교통수단인가? 어라? 그러게 엘리베이터가 교통수단이던가?


과연 행복한 사람들과 중립적인 사람들의 응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중립적인 사람들, 즉 평상시의 우리들의 모습과 같은 집단의 사람들은 버스와 트럭 같은 전형적인 교통수단은 교통수단에 포함시켰지만, 낙타, 휠체어, 엘리베이터는 교통수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런데 행복한 사람들은 달랐다. 버스, 트럭뿐 아니라, 낙타, 휠체어, 엘리베이터도 교통수단으로 포함시키면서 범주의 경계선을 더 넓게 확장했다.


이는 행복한 사람들은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평소에 포함시키지 않던 영역까지 넓혀서 사고할 줄 알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마치 전문가들처럼 말이다.


일시적으로나마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은가?

누군가 앞에서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남다른 식견을 뽐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의 행복을 관리하라! 혹시 아는가, 이런 행복관리가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지!


*참고문헌

Isen, A. M., & Daubman, K. A. (1984). The influence of affect on categoriz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47(6), 1206-1217.

http://dx.doi.org/10.1037/0022-3514.47.6.1206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Simon Maage on Unsplash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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