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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Mar 02. 2022

감사는 깊은 생각에서 나온다

감사의 어원: Think와 Thank

행복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가르치는 내용과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과학적 연구에 기초하여 말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살면서 경험한 것에 근거하기도 하고,

종교적인 경전에 근거하거나, 깨달음에 근거하기도 하며,

인문학에 근거하기도 한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행복을 가르치는 사람들의 뿌리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언급하게 되는 한 가지 주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감사하기'가 바로 그 주제이다.

행복에 대해 조금이라고 언급하는 사람들이라면 감사를 반드시 언급한다.

여러분도 많이 들어봤을 수 있다.

감사하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감사를 외치다 보니,

감사가 약간 강요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생기게 된 것 같다.

실제로 '감사할 일이 있어야 감사하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 보았다.

자꾸 감사하라고, 그래야 행복하다고 말은 하는데,

감사하기가 도대체 뭔지 제대로 알려주질 않으니, 감사하기 자체에 대해 반발심이 생긴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반작용 효과(reactance effect)라고 할까?


이분들의 주장도 나름 타당성이 있다.

감사하라는 것에 반발심을 느끼시는 분들의 대표적인 주장 중 하나는

'그냥 인사하듯이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는가'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습관적인 감사, 영혼 없는 감사는 실제로 행복과 별 관련이 없다.


때로는 그냥 업무적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분들이 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 감정 노동자로 분류되는 분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분들의 감사는 그냥 일이고, 업무적이지 행복과 관련이 있진 않다.


'감사할 일이 없다'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외적으로 좋은 일이 있어야 감사를 하는데, 좋은 일이 없는데 어떻게 감사를 하냐고 말씀하신다. 이분들은 누가 나에게 맛있는 음식 준 적도 없고, 생일 선물 준 적도 없고, 나에게 호의를 베푼 적도 없는데 감사하라니 약간 황당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것들이 모두 감사하기에 대한 오해이다. 정말 죄송하지만, 행복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들이 말하는 감사하기는 이렇게 직업적, 습관적으로 영혼 없이 하는 감사가 아니다. 또한 꼭 누군가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하는 그런 감사가 아니다(참고로 이렇게 좋은 일이 있어도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소시오패스를 의심해봐야 한다).


그럼 뭐냐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감사는 이런 것이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봄으로써 감사하다고 깨닫게 되는 것

-부정적 경험이라고, 불행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 봄으로써 사실 감사한 일이었다고 깨닫게 되는 것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혜택이나 이익들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 봄으로써 당연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 것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일상을 다시 생각해 봄으로써 평안한 삶이 굉장히 대단한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것


뭔가 공통점을 찾았는가? 그렇다. 그냥 평범한 일상을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다른 관점으로 살펴보면서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필자는 이런 감사를 인지적 감사(cognitive gratitude)라고 부른다.


행복에 유익한 감사는 습관적, 직업적, 업무적 감사가 아니라, 인지적 감사이다.


이는 감사하기의 어원에도 나타나 있다.


영어에서 감사하다는 표현인 Thank는 Think에서 나왔다.

즉 감사는 그냥 지나쳤던 일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깨닫게 되는 감정이라는 의미다.


프랑스어에서 감사 표현인 Reconnaissance(레코네이상스)도 마찬가지다.

Reconoissance(레코노이상스)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한 조사 또는 탐사 혹은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는 의미이다.


영어의 recognition-레코그니션-(재인식, 알아차림)도 여기서 유래했다.


프랑스어에서 감사를 표현하는 숙어인 je suis reconnaissant(쥬 세 레코네이상)은 세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나는 인식한다(사고).

-나는 인정한다(의지).

-나는 고맙게 느낀다(감정).


이렇게 세 가지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나는 내 의지를 사용해서 사색함으로써 감사라는 감정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알겠는가?


감사는 인지적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떤 깨달음이다.

과거에 생각하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관점으로 과거와 현실을 바라볼 때 얻게 되는 것이 감사라는 감정이다.


감사는 생각의 결과이고, 사색을 필요로 한다.


Thank는 Think에서 나온다.


*참고문헌

Martin, J., & Stent, G. S. (1990). I think; therefore I thank: A philosophy of etiquette. American Scholar, 59(2), 237-254.


Emmons, R. A. (2007). Thanks!: How the new science of gratitude can make you happier. Houghton Mifflin Harcourt.


Emmons, R. A., & Kneezel, T. T. (2005). Giving thanks: Spiritual and religious. Journal of Psychology and Christianity, 24(2), 140-148.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Kevin Butz on Unsplash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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