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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Mar 30. 2022

두뇌 시스템으로서의 비교

왜 인간의 뇌는 비교를 하도록 설계되었을까?

우리 주변에는 비교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의미에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과 비교하면서 의기소침해진 사람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혹은 자기보다 미흡한 사람과 비교하면서 우쭐해진 사람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


혹시 누군가에게 '비교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본 적이 있으시다면,

오늘 이야기를 잘 읽어본 후,

비교하지 말라는 조언이 조언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 없는지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뜸 들이지 말고 속 시원히 말해보라고?

알겠다.


누군과의 비교하는 행위나 생각은 우리 뇌에 탑재되어 있는 기본 시스템이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비교는 디폴트 설정(기본 설정)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말하자면, 지우고 싶은데 지워지지 않는 기본 설치 앱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인간이 비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없다. 이건 정답이 있는 문제다. 우리 인간은 비교를 피할 수 없다.

우리 뇌에 탑재되어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제거하겠는가?!

우리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가 우리 뇌의 시스템으로 발현하는 것을 우리가 어쩔 수 있겠는가?!


우리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비교를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비교하고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이제 알겠는가? 비교하지 말라는 말이 얼마나 허무한 말인지를?

그러나 이렇게 과학적 사실을 말씀해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불편감이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불편함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마음임을 알게 된다.

-비교는 나쁜 것 아닌가?

-비교는 사람을 불행하게 하지 않나?

-왜 우리 뇌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지?


좋은 질문이다. 지금부터 이 질문에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비교는 좋다, 나쁘다는 가치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교는 우리 뇌의 시스템이며,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이다.


공학적 기술과 비슷하다.

컴퓨터 기술이 뛰어난 사람은 스마트폰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지만,

해커가 될 수도 있다.

컴퓨터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그걸 쓰는 사람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비교도 마찬가지다. 비교 자체는 중립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걸 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방식으로 비교하는지,

또 얼마나 자주 비교하는지에 따라 좋고 나쁨이 달라진다.


즉 비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걸 나쁘게 쓰는 사람이 나쁜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비교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걸 좋게 쓰는 사람에겐 좋을 수 있다.


Photo by Sebastien LE DEROUT on Unsplash


그럼 비교를 좋게 혹은 나쁘게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비교를 나쁘게 쓴다는 것은


첫째, 비교를 지나치게 자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비교하고, 순위로 여기는 것이다.

뭐든 적당하게 해야 한다. 비교가 나쁘다는 관념은 아마 여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비교만 하는 사람들이 나쁜 것이지,

비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둘째, 하향 비교만 한다는 것이다.

상향 비교와 하향 비교를 둘 다 적절히 하는 것이 건강한 비교이다.

그런데 뭔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보면, 주로 하향 비교만 한다.

자기 자신에게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더 미흡한 사람과 비교하는 식이다. 이런 비교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자. 그럼 비교를 좋게 쓴다는 것은 뭘까?

앞의 나쁜 비교를 모두 반대로 하면 된다.


첫째, 우리 뇌의 시스템으로 비교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도로만 비교를 하는 것이다.

이걸 넘어서서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삶 자체를 비교로 도배해서는 안 된다.

말 끝마다 비교를 하는 의식이 자리 잡아 일종의 비교 중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동적으로 우리 뇌가 비교를 해줄 때, 그걸 그냥 받아들이는 정도로 끝내는 것이 좋은 비교다.


둘째, 상향 비교와 하향 비교를 균형 있게 하는 것이 좋은 비교다.

사실 우리 뇌의 자동 시스템에 맡겨 두면 상향 비교와 하향 비교를 적절히 해준다.

그런데 여기의 인간 의식의 의도가 들어가면 상향 비교를 무시하게 되고,

하향 비교만 즐기게 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우리 뇌가 해주는 상향 비교도 수용해서 더 발전할 점을 찾고,

하향 비교도 수용해서 용기를 잃지 않으면 된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그럼 왜 우리 뇌는 비교라는 가치중립적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 걸까?

집중하기 바란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비교는 진화가 우리 뇌에 만들어 놓은 시스템으로

개인으로 하여금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하고,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하며,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게 함으로써

즉 비교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 후,

약점을 보완하게 하고, 강점은 더 강화하게 만들기 위해 진화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비교는 개인의 정체성 발달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가? 이제 아시겠는가?

비교는 인간의 정체성 발달에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우리 뇌가 기본 설정으로 해둔 가치중립적 능력이다.

이것을 지나치게 거부할 필요도, 또 지나치게 남용할 필요도 없다.

그냥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우리 뇌가 비교해주는 것은 하고,

하지 않는 것은 안 하면 된다.


일부러 의식적으로 비교를 무시하거나

너무 자주 (하향) 비교하면서 비교를 잘못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비교는 나를 나 답게 만들어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줄 것이다.


*참고문헌

Swencionis, J. K., & Fiske, S. T. (2014). How social neuroscience can inform theories of social comparison. Neuropsychologia56, 140-146.


Blakemore, S. J., & Frith, U. (2004). How does the brain deal with the social world?. Neuroreport15(1), 119-128.


Dvash, J., Gilam, G., Ben‐Ze'ev, A., Hendler, T., & Shamay‐Tsoory, S. G. (2010). The envious brain: The neural basis of social comparison. Human Brain Mapping31(11), 1741-1750.


Fliessbach, K., Weber, B., Trautner, P., Dohmen, T., Sunde, U., Elger, C. E., & Falk, A. (2007). Social comparison affects reward-related brain activity in the human ventral striatum. science318(5854), 1305-1308.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Joshua Golde on Unsplash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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