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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Oct 04. 2023

장소 기반 두뇌 시스템 제대로 쓰기

뇌를 모르기에 뇌를 잘못쓰고, 뇌를 잘못쓰면 인생 힘들어진다

현대인들은 장소를 이동하는 일이 적다.

더 정확하게는 움직이는 일 자체가 거의 없어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들의 삶을 생각해 보시라.

회사원과 사업자들은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서 일한다.

초중고등 학생들은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서 공부한다.

프리렌서들은 좀 더 심하다.

하루 종일 집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처리할 수 있다.


누군가는 편해졌다고, 살기 좋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힘으로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자기 일만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 반전이 하나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장소 이동 없이 공부하고, 장소 이동 없이 일하고,

장소 이동 없이 작업하는 것이 우리 뇌 입장에서는 효율이 무척 떨어지는 일이라는 반전이다.


아시다시피 우리 뇌는 구석기 시대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모르셨더라도 지금 아셨으니 괜찮다!)

구석기 시대 시스템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무엇을 하던지 장소 기반으로 기억을 한다는 것이다.


강에서는 창으로 고기 잡는 법,

앞 산에서는 멧돼지 잡는 법,

동쪽 들에서는 과일을 따는 법,

서쪽 들에서는 먹을 수 있는 풀을 수집하는 법,

뒷 산에서는 약초 캐는 법 등

무엇이든지 장소에 기초하여 기억하였다.


사람을 기억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에 사는 누군지가 중요하다.

뉴욕 맨하탄에 사는 김씨와 보스톤에 사는 김씨 이런 식으로 장소에 기반하여 사람을 코딩했다.

요즘에도 사람들이 만나면, '어디사세요?'라고 물어보곤 하는데,

이건 우연이 아니다. 우리 뇌에서 거의 자동적으로 나오는 질문이다.


그럼 우리가 지금도 장소 기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간단하다.

우리 뇌는 여전히 장소에 기반하여 뭔가 기억할 때 잘 기억한다.

다른 말로 장소와 연결시켜 둔 지식들이 잘 기억이 난다는 뜻이다.

반대로 장소와 연결시켜 두지 않은 정보들은 금방 망각되거나, 기억하는데 한참 걸린다.


Photo by Michiel Annaert on Unsplash


이 시점에서 물어보고 싶다. 여러분은 기억력이 좋으신가?

여러분의 기억력은 매우 안녕하신가?

여기저기서 외치는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 같다. 음성 지원이 된다!

'아니오-! 저는 자꾸 금방금방 잊어버려요! 기억하고 싶을 때는 생각 안나다가 한참 뒤에 생각나요!'


이제 여러분은 이렇게 기억력이 나쁜 이유를 알고 있다.

여러분은 현재 장소 기반으로 기억하면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기기 하나 놓고, 한 장소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은

우리 뇌에게 굉장히 낯선 일이다.

한 장소와 연결시켜둘 수 있는 지식의 양은 매우 적다.

우리 뇌는 지루한 것을 싫어하기에 장소를 그때그때 바꿔주는 것이 좋다.

대학생들이 수업 듣는 강의실을 계속 바꾸듯이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현대인들은 장소를 바꾸지 않고, 한 장소에 오래 머물며,

스마트기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런 현대인의 생활은 기억력의 입장에서는 최악이다.

이미 그 장소에서 기억할 정보들의 용량이 한참 초과되었는데,

또 그곳에 앉거나 서서 꾸역꾸역 뭔가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용량이 한정되어 있는데, 꾸역꾸역 집어 넣는다고 들어가겠는가,

앞에 들어왔던 정보가 밀려나가고, 새로운 것이 들어오고,

또 꾸역꾸역 밀어넣는 순간, 앞에 있던 것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것만 들어온다.

그래서 늘 가장 최근에 했던 것만 기억에 남고, 과거의 조각들은 남아 있지 않은 이상한 상태가 된다.

좀 심하게 말하면, 장소기반 기억을 잘못 활용하여 생긴 기억 상실이라고나 할까.


우리 뇌의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 뇌는 한 장소에서 습득하는 정보에 제한을 둔다.

왜냐고? 또 다른 장소에서 정보를 습득할 것이기에 에너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한 장소에서 계속 새로운 것을 집어 넣으려고 한다.

그럼 우리 뇌는 말을 듣지 않는다. 이미 과부하상태이기 때문이다.

장소 변화가 필요한데, 변화를 주지 않으니, 그냥 정보처리를 멈춰 버린다.

그래서 직장인들이 회사에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일이 잘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회사 안에 여러 장소를 두고, 장소를 바꿔 가면서 일하게 한다면, 조금 나을 것이다.

학생들도 한 장소에서 계속 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두세기간 간격으로 살짝 살짝 장소를 바꿔서 장소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장소는 너무 힘들다면, 맥락이라도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국어 공부하는 노트와 수학 공부하는 노트는 좀 달라야 좋다는 말이다.

국어 공부할 때 쓰는 펜과 수학 공부할 때 쓰는 펜은 좀 다른 것이 좋다.

학생들 중에 연습장 하나로 모든 과목 필기를 다 하는 분들이 있는데, 100이면 100, 성적이 안 좋다.

하나의 스마트기기와 전자펜으로 모든 과목 필기를 다 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분들도 100이면 100, 성적이 나쁘다.

우리 뇌에게 국어와 수학은 다른 장소에서 쓰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야 하는데,

계속 똑같은 느낌을 주니, 기억력이 저하된 것이다.


스마트기기로 편리하게 필기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해서 그것을 쓰는 것이 굉장히 멋지고,

대학생답고, 직장인답다고 착각하지 말라.

더 좋은 것은 예전처럼 종이와 펜으로 과목마다 다른 노트에 필기하는 것이다.

직장인들도 수첩 하나에 온갖 회의의 내용을 적는 것보다

학생 시절 쓰는 노트를 다르게 하여 회의 종류와 유형마다 다른 노트를 쓰는 것이 좋다.


이 시대의 승자가 되고 싶은가?

장소 기반 뇌를 제대로 써야 한다.


뇌를 모르기에 뇌를 잘못쓰고,

뇌를 잘못쓰고 인생 힘들어진다.


*참고문헌

Levitin, D. J. (2014). The organized mind: Thinking straight in the age of information overload. Penguin.


이국희. (2019). 메모리 크래프트: 나의 미래를 지배할 기억의 심리학. 이너북스.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M_K Photograph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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