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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Sep 13. 2023

모든 경험과 노력이 나를 만들어 간다는 마음 가지기

이 세상에 버리는 경험과 노력은 없다

영화 『존 윅(John Wick)』은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대사들로 유명하다.

동양문화와 동양사상을 너무나 사랑하는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의 세계관이리라.


이 영화의 주인공 존 윅이 (최소한 겉보기에는) 죽은 것으로 끝나는 네 번째 편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명대사들이 줄을 잇는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대사는 이것이다.


'한 가지에 대한 태도가 만 가지에 대한 태도다'


캬~ 너무 멋진 말이다. 학생들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인생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말 속담에도 있는 말이지 않은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어떤 사람이 한 가지 과업을 어떻게 대하는지,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보면,

다른 모든 것도 어떻게 대할지, 어떻게 수행할지 알 수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하지 않았던가.


떡잎만 봐도 그 사람의 끝을 알 수 있다.


수업 시간에 바른 자세로 선생님의 눈과 입을 보면서 경청하는 사람이 있는가?

다른 곳에서도 그럴 것이다.

회의장에서도 그럴 것이고, 부모님 앞에서도 그럴 것이며,

친구 앞에서도, 애인 앞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자유투 실기 평가를 준비하면서 매일매일 1시간 씩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이 사람은 다른 공부에서도 그렇게 성실하게 꾸준히 매일매일 노력할 것이 틀림없다.


보고서 작성을 하는데, 자기 스스로 쓰는 것 없이

인터넷에서 출처도 불분명한 자료를 복사-붙여넣기 해서 제출하는 사람은

다른 모든 일에서도 그렇게 불성실하고, 부정직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인터넷 출처에 있는 오타까지 그대로 가져와서 보고서를 내고,

최소한의 편집이나 오타 수정도 안하고 그냥 내는 사람들은

다른 모든 일에서도 그렇게 요령이나 피우고, 자신이 똑똑한 줄 착각할 것이다.


한 가지에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은 모든 것에 성실하고 근면하지만,

한 가지에 불성실하고 요령이나 피우는 사람은 모든 것에 불성실하고 요령이나 피운다.


이처럼 한가지가 곧 전체고,

전체가 곧 한가지다.


어떻게 하나만 보고 인간을 그렇게 평가할 수 있냐고 따질 수도 있다.

억울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 심리이고, 인간이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의 모습이다.

하나만 보고 평가하지 말라고, 따지는 그 사람도

결국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한 가지로 만 가지를 평가하고 있다.


나는 정말정말 진짜로 여러가지를 공정하게 본다고?

말은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거짓말이다.

심리학의 오랜 연구는 인간의 일반화의 동물이자,

지나친 일반화, 과도한 일반화의 동물임을 확인해왔다.


결국 한 가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은 이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성공하고,

한 가지에서 나쁜 평가를 받은 사람은 이 세상 사람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아 실패한다.


그러나 이런 객관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중에는 매사 성실하고 근면하게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매사 불성실하고, 비도덕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럴까? 불성실하고 비도덕적인 태도 근면성실하지 못한 태도가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음이 명확한데,

왜 여전히 이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도대체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모든 일과 노력들이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연결에 의해 내가 만들어 진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은 모든 일에 성실하고, 근면하지만,

이런 믿음이 없는 사람은 매사 불성실하고, 비도덕적이다.


생각해보라.

수업에 참여하는 노력, 글을 쓰는 노력, 수학 문제를 푸는 노력,

체육이나 음악 실기평가 연습을 하는 노력이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내 인생에 보탬이 된다고 믿는 사람이 모든 것을 열심히 하겠는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은 별개이고,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는 것이 따로 있다고 믿으면서

이것저것 재고 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열심히 하겠는가?


당연히 전자의 사람이다.

이것저것 재면서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따지고 앉아 있는 사람은

고민하다 지쳐서 아무것도 실행에 옮기지 않거나,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 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불성실을 합리화시키면서

노력 안하고,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데,

뭐하러 노력하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꼭 젊을 때 시간 낭비하다가 나이 사십 먹고,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는 자신을 돌아보며 후회한다.


Photo by Massimo Sartirana on Unsplash


불교 화엄경 나오는 만류귀종이라는 말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도 나눌 수 있겠다.

만류귀종, '만 가지 물줄기가 결국 하나의 종착지에서 만난다'는 뜻이 아니던가.

모든 것은 결국 한 가지로 통하니,

매사에 성실히 임하고,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말이다.

이 세상에 의미 없는 일, 가치 없는 일은 없다는 말도 된다.

이 세상에 의미 없는 노력, 가치 없는 노력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시 만류귀종을 믿는 사람은 매사 성실하고, 근면할 것이지만,

만류귀종을 믿지 않는 사람은 매사 불성실하고, 이것 저것 따지고만 있다.

이것 저것 따지고, 재는 것이 굉장히 지혜로워 보이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가장 바보 같고, 멍청한 행동이 이것 저것 재고만 있는 것이다.

지금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은 따질 사항이 아니라, 잴 사항이 아니다.

그냥 다 열심히 해야 한다.

특히 10대-20대 시절 주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다 그냥 하면 된다.

대학교까지의 일들, 대부분 선택지가 비교적 한정적이고, 주어져 있는 시기에는

그냥 다 열심히 해야 한다.

이 시기에 마주치는 과업들은 대부분

따지고, 재고, 노력의 가치와 의미를 평가하고 있을 것들이 아니다.


내 얘기를 좀 해보겠다.

나는 대학다니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교 식당에서 설겆이 알바를 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식판을 2,000개 씩 닦았다.

힘들었지만 밥이 공짜였고,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었고,

힘든 만큼 시급이 높았다.

알바를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지금은 교수하고 있지 않냐고?

이때 알바한 경험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전혀 관련 없지 않냐고?


정말 모르는 소리다. 내가 당시 알바를 안했으면,

생활이 불가능했고, 졸업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알바가 없었다면 돈이 없어서 밥도 제대로 못챙겨 먹고,

건강이 나빠져서 학업에도 지장이 왔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에 알바를 했던 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대학다니면서 학교 홍보팀에서 행정 조교 알바도 했었다.

문서 작성을 배우고, 기사 요약을 배웠다.

그런데 이게 지금의 삶과 무슨 상관이냐고?

결국 지금의 삶과 관계 없기에 헛된 노력 아니냐고?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 시절에 행정 조교 알바를 하면서 배운 문서작성 기술이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뽑히는데 도움을 주었다.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일하면서 배운 심화된 문서작성 기술들은

지금까지도 논문 쓸 떄, 보고서 쓸 때, 행정 서류 작성할 때 써먹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 시절에 매사 노력하고 성실하게 배웠던 이국희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국희도 없다.


그래서 만류귀종이고,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것이며,

한 가지를 대하는 태도가 만 가지를 대하는 태도인 것이다.


초중고, 대학까지의 학창시절에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들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사회에서 일을 찾아가면서 해야 하고,

과업을 찾아가면서 해야 하고,

일을 만들면서 해야 할 때, 이 모든 것을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인사담당자들이 경력직 사원을 뽑을 때,

이전 회사에서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 아니면, 여기저기 옮겨다녔는지를 꼭 살펴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똑같이 경력 5년의 사람이 지원했더라도 한 회사에서 5년인 사람과

3개월 내지 6개월에 한번씩 이직하며 10개 회사를 다녀 5년인 사람은

성실함이 다르고, 끈기가 다르다.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 한 회사에서 길게 일한 사람이

여기저기 기웃거린 사람보다 경력직 취업이 잘 된다.


이 역시 하나를 보면, 열을 알게 되는 셈법이다.


이 세상에 버리는 경험과 노력은 없음을 깨닫자.


20-30대까지의 경력과 학력이 불성실, 끈기 없음, 부도덕함으로 채워져선 안 될 것이다.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Mina Ra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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