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Mind Craft 18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Jun 10. 2020

수면이 공부를 완벽하게 만든다

낮에 습득한 지식은 밤에 잘 때 정리정돈되어 저장된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이나 선생님들 중에는 자녀나 학생들이 잠을 자는 것을 못 마땅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의 주요 대사는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그리고 이렇게 끝난다. '잠이 오냐?' 이 말의 의미를 상세하게 번역해보자면, "지금이 자기계발과 공부에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아느냐! 잠을 줄여서라도 공부해도 모자라는데, 마음 편하게 잠이나 자고 있으니 한심하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지금, 잠이 와?'라는 빈정거림은 아마 우리 나라에만 있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세계 모든 나라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어느 나라 사람이 '졸려서 잠이 오는 것을 가지고 빈정대면서 뭐라고 할까?'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한국인들의 근면함은 정말 세계 최고이고, 대단하고, 자부심을 느낄만 하며, 나도 이런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지만, 이것이 지나쳐서 '잠이 와?'라는 빈정거림이 되는 순간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풍토 때문인지, 한국에서 자기계발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는 수면을 도외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자기계발을 하면서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일종의 자기 고문이다. 고문하는 방법 중에 가장 무서운 방법 중 하나가 잠을 못자게 하는 것 아니던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고, 자기 통제력을 마비 시키고, 불안하게 만들고, 걱정하게 만들고, 제대로된 판단과 기억을 못하게 만들고, 심하면 환각과 환청이 들리게 만드는 무서운 고문이 바로 수면 고문이다. 그래서 이런 고문을 하면, 자기가 하지 않은 일들도 했다고 착각하면서 술술 거짓 자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고문이라는 비유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자기계발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은 수면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 자신을 학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자기계발과 공부를 통한 지식 습득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잠을 줄이면서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말, 잠을 줄여서라도 지식을 습득하고, 자신을 계발하겠다는 말은 이루어질 수 없다.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나 자신의 의지와 실천, 실질적 행동의 결과일 수 있지만, 지식을 정리정돈하고, 지식을 저장하는 것은 사실 나의 의지와 실천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상 지식의 정리정돈과 정리는 내가 깨어있을 때 일어나지 않는다! 바로 내가 자고 있을 때, 내가 수면을 취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수면의 효과이다!


낮에 열심히 공부했는가? 낮에 열심히 기술을 연마했는가? 그렇다면, 밤에는 성인 기준으로 8시간 정도 자야 한다. 그래야 낮에 열심히 공부했던 지식과 기술이 정리정돈 되고, 저장된다. 열심히 공부하는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전반적으로 쉬지만, 우리 뇌는 쉬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기억 중추인 해마는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지식을 생성해주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1]. 우리는 자는 동안에 '잠이 깊게 들었다가, 얕게 들었다'하는 수면 사이클을 5번 반복하는데, 깊게 잠이 들었을 때는 지식이나 기술을 정리정돈하고, 잠이 얕게 들었을 때는 정리정돈한 지식을 저장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2].



그래서 일까. 충분한 수면을 취한 농구선수들의 실책과 반칙 횟수는 줄어들고, 야투 성공율, 3점슛 성공율, 자유투 성공율은 높아진다. 시차 적응을 못한 야구팀 선수들은 시차 적응을 한 팀의 선수들보다 1점 더 실점을 한다. 충분히 수면을 취한 피아노 연주자는 다음 날 연주에서는 실수가 눈에 띄게 줄고, 곡에 대한 이해력과 해석력이 더 풍부해진다. 충분히 수면을 취한 수학자는 전날 풀지 못하는 문제를 풀게 되고, 충분히 수면을 취한 작가들은 다음 날 글이 더 잘 써지는 것을 경험한다[3].


한 가지 명심할 것은 낮 동안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수면하는 동안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뇌는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것과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것을 매우 잘 안다. 내가 공부하는 척을 한 것과 진짜 공부한 것을 우리 뇌는 명확히 구분한다. 그래서 우리 뇌는 내가 진짜 열심히 노력한 것은 자는 동안 열심히 정리정돈해서 저장해주지만, 대중 공부하는 흉내만 낸 것에 대해서는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4].


낮 시간 동안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연습했는가?


그렇다면 밤에 잠을 자자!

그럼 당신이 집중력을 발휘해서 공부했던 그것이 완성될 테니 말이다.


수면은 당신의 기억을 완벽하게 만든다.

(Practice with sleep makes perfect.)


[1] Gais, S., Albouy, G., Boly, M., Dang-Vu, T. T., Darsaud, A., Desseilles, M., ... & Maquet, P. (2007). Sleep transforms the cerebral trace of declarative memori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4(47), 18778-18783.


[2] Walker, M. P. (2006). Sleep to Remember: The brain needs sleep before and after learning new things, regardless of the type of memory. Naps can help, but caffeine isn't an effective substitute. American Scientist, 94(4), 326-333.


[3] Walker, M. P., Brakefield, T., Morgan, A., Hobson, J. A., & Stickgold, R. (2002). Practice with sleep makes perfect: sleep-dependent motor skill learning. Neuron, 35(1), 205-211.


[4] Feld, G. B., & Born, J. (2017). Sculpting memory during sleep: concurrent consolidation and forgetting. Current Opinion in Neurobiology, 44, 20-27.

이전 17화 밤에 자고, 낮에 일 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