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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ind Craft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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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Jun 03. 2020

밤에 자고, 낮에 일 하기

정상적으로 생활하려면 청소년은 9시간, 성인은 8시간 밤에 자야 한다!

잠을 줄여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 부터 시작된걸까? 특히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잠을 줄이면서 공부해야만 할 것 같은 신화가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정말 궁금하다. 실제로 필자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 대입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4당 5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잠을 줄이면서 공부해야 한다는 사상이 널리 퍼져 있었다. 짐작하기로 학력 고사 시절에 만들어진 말 같은데(필자는 수능 세대다), 4시간 자면 붙고(당) 5시간 자면 떨어진다(락)는 정말 무시무시한 사자성어다!


현대의 청소년들, 직장인들이 잠을 줄이는 이유가 공부 혹은 자기계발만 있는 것도 아니다. 게임을 하기 위해, 드라마를 보기 위해, 웹툰을 정주행 하기 위해,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연애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기 위해 등등 잠을 줄일 이유가 무척 많아졌다. 해가 지더라도 세상은 인공조명들로 환하다는 것도 현대인들이 잠을 줄이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아쉽게도 구석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뇌는 자연조명인 태양과 인공조명인 스마트폰 불빛, 컴퓨터 모니터 불빛, TV 불빛, 거실에 있는 LED 등을 구분하지 못한다. 뭔가 환하면 그냥 태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원래 인간의 신체 리듬 시스템은 해가 지면 잠이 오도록 설계되어 있었는데, 그 시스템에 교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면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이 분비되지 않고, 오히려 각성하게 하는 시스템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것은 불면증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본인은 자고 싶지만, 잠이 오지 않는, 심지어 몸이 피곤해서 잠이 올 것 같은데, 막상 누우면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 때문에 강제로 수면 시간을 줄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1].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몇 시간 자고 학교에 나왔냐고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좀 충격 받았다. 한 10명 정도에게 물어 봤는데, 2시간이 2명 있었고, 3시간이 2명 있었고, 4시간 30분이 5명이 었고, 5시간은 1명 이었다. 보시다 시피 6시간 이상은 없었다. 학생들 얼굴은 졸음으로 가득했다. 이런 상태로 학교에 와서 어떻게 공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선생님 몇분에게 물어보니,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학생의 절반 이상이 수업시간 중에 교실에서 자거나 존다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은 10대고 젊으니까, 네 다섯 시간만 자도 거뜬 하다고 생각하는가? 젊을 때는 잠을 안 자도 피곤하지 않다고? 돌도 씹어 먹을 나이니까, 잠도 조금자도 상관없다고? 진짜 그렇게 생각했다면, 당신은 완전히 틀렸다.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면시간은 나이가 어릴수록 증가하지 감소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드리겠다! 인간의 생존과 정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절대적인 수면시간은 나이가 어릴 수록 증가한다! 그럼 도대체 고등학생들은 몇시간을 자야 하냐고? 9시간이다! 중학생, 고등학생들은 9시간은 자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9시간을 자야하는데, 잠을 4시간 자고 학교에 오니 학교를 수면실로 사용하지 않느 것이 더 힘들 것이다[2].


성인이 된 대학생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고 크게 다르지 않다. 고등학생 보다 1시간 덜 자도 괜찮은 정도이다. 즉 성인들은 하루에 8시간은 자야 한다. 그리고 이 8시간이라는 필수 수면시간은 죽을 때까지 유지된다. 물론 나이가 들면,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게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8시간 수면이 필요없게 된 것이 아니다. 낮에 반드시 그 수면을 보충해야 한다. 그런데 성인들도 하루 5시간 정도 밖에 자지 않는 것 같다. 정말 일이 많아서 인지, 다른 것을 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3].



청소년도 그렇고, 성인도 그렇고 수면 부족은 굉장히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일단 한참 활동을 해야 하는 낮에 공부나 업무의 효율이 떨어진다. 집중력이 감소하고, 몰입하지 못하기에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보니 할 일을 마감하지 못하고, 늦은 오후를 맞이한다. 그런데, 바로 이때 정상 컨디션이 회복되면서 집중력이 돌아온다. 학생들은 하교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직장인은 퇴근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집중력이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집에 가야 한다. 가장 생산성 있어야 하는 시간에 집중력이 없어 일을 못하고, 아무 일도 없는 시간에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넘치는데 막상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엄청난 비효율적 삶이 시작된다.


그리고 낮에 이렇게 멍하니 있다가 밤이 되면, 각성 상태가 이어진다. 그리고 각종 인공조명들과 스마트폰 불빛은 이런 각성 상태를 부추긴다. 정작 잠을 자야 하는 밤에는 잠이 안와서 이리 저리 뒤척뒤척 하다가 또 몇 시간 못자고 학교에 가거나, 출근을 한다. 그리고 또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사이에 사람들은 올빼미족이 되어 간다. 낮에 각성하거나 집중을 못하고, 해가 질 무렵 각성하고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걸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이건 우리 뇌와 완전히 다른 패턴의 삶이다. 올빼미족의 삶을 사는 동안 우리 몸은 계속 힘들서 비명을 지르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하고 있다. 면역체계가 망가져서 각종 질병에 취약해 지고, 생산성이 계속 저하되며, 사람이 날카로워져서 관계가 안 좋아 지고, 행동의 실수와 말 실수가 많아지고, 사고가 나서 다치고, 자기 통제력 감소로 인해 윤리 도덕적 행동 능력이 저하되며, 잠을 못잔 위기 상황과 배고픔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 뇌는 먹을 것을 계속 찾으면서 그 사람을 비만으로 만든다[4].


우리 뇌는 해가 있을 때 일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던 아침형 인간이지, 올빼미형 인간이 아니다. 다음 날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밤 10시에 자야 한다. 다음 날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11시에는 자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수면 계획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삶은 피폐해질 것이다.


밤에는 자고, 낮에는 공부하고 일해야 한다!


[1] Fossum, I. N., Nordnes, L. T., Storemark, S. S., Bjorvatn, B., & Pallesen, S. (2014). The association between use of electronic media in bed before going to sleep and insomnia symptoms, daytime sleepiness, morningness, and chronotype. Behavioral sleep medicine, 12(5), 343-357.


[2] Broman, J. E., Lundh, L. G., & Hetta, J. (1996). Insufficient sleep in the general population. Neurophysiologie Clinique/Clinical Neurophysiology, 26(1), 30-39.


Spiegel, K., Leproult, R., & Van Cauter, E. (1999). Impact of sleep debt on metabolic and endocrine function. The lancet, 354(9188), 1435-1439.


[3] Levitin, D. J. (2014). The organized mind: Thinking straight in the age of information overload. New York, NY, US: Plume/Penguin Books.


[4] Vassalli, A., & Dijk, D. J. (2009). Sleep function: Current questions and new approaches. 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 29(9), 1830-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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