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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ind Craft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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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May 25. 2020

복습의 골든타임

급격한 망각의 순간을 잡아라!

한두 시간 전에 일어났던 일의 세부사항을 잊어버린 적이 있는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 치매인가 봐'라고 말하게 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인지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세부사항 잊어버림 현상에 대해 '망각(forgetting)'이라는 무시무시한 용어를 붙여두었다. 그럼 도대체 망각이 얼마나 빨리 일어나길래, 한 시간 전에 있었던 일들도 가물가물해지는 걸까?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한다. 인간은 뭔가를 완벽하게 학습한 후, 20분 만에 42%의 세부 정보를 잊어버린다. 쉽게 말해 새로운 영어 단어 100개에 대응하는 한국어 의미를 완벽하게 외운 후, 시험을 봐서 '최초로' 100점을 받은 직후, 20분이 지나면, 언제 100점을 받았냐는 듯이 60점을 받는다는 뜻이다[1, 2]. 그리고 1시간이 지나면, 망각은 더 심각해진다. 56%를 잊어버린다. 반올림하면 60%다! 1시간 만에 60%의 정보를 잊어버린다니, 한두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의 세부사항이 기억 안나는 것이 이젠 당연하게 느껴진다.


치매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망각 능력이니까 안심해도 되는 건가? 당신이 지금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고, '저쪽에 무서운 동물이 있어' 정도만 기억해도 생존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면, 그래도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대사회는 이렇게 대충 기억해도 생존할 수 있을 만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세부사항에 대한 기억이 '매우' 요구되는 사회가 현대사회이다.


나는 수업시간에 공지사항을 매시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수업일정, 중요한 과제의 마감기한, 과제 제출 시 유의할 사항 등을 정말 매시간 꼼꼼하게 챙겨준다. 그런데 학생들은 나의 이런 지극 정성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잊어버린다. 이것도 사실 1시간 만에 이루어지는 빠른 망각 덕분(?)이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그러나 공지사항을 자연스럽게 망각하는 일은 그 학생 개인에게 큰 손실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과제 마감 기한을 놓쳐 감점을 당하고, 교수자가 안내한 형식을 따르지 않아 감점을 당하거나, 과제를 다시 하게 되어 시간을 낭비하고, 보강 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가 결석처리가 되고. 이 모든 것이 모아지면, 나쁜 성적(보통 C 이하)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성적은 그 학생을 평생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매시간 하는 공지사항을 듣고, 또 듣다 보면, 공지사항을 기억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즉 공지사항을 복습하고, 또 복습하고, 또 복습하는 중에 세부사항을 잊어버리는 망각이 점점 약화되고, 마침내 기억, 혹은 지식이라는 형태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공지사항을 예로 들긴 했지만, 사실 공부나 자기 계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모든 것이 기억되는 경우는 없다. 모든 것은 한 방에 지식이 되지 않는다. 20분 만에 40%를 잊어버리고, 1시간 만에 60%를 잊어버리는데, 어떻게 한 번에 기억이 형성되고, 지식이 형성되겠는가. 그래서 복습해야 한다. 언어로 된 지식을 기억해야 되는 상황이든, 손으로 하는 기술을 익혀야 하는 상황이든 똑같다. 복습해야 한다. 복습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그것도 완벽하게 익혔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으로부터 20분이 지나기 전에 복습해야 한다. 아무리 양보해도 1시간이 넘기 전에 반드시 복습하면서 다시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수업을 들은 직후, 모든 강의 내용이 아직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에 복습해서 다시 완벽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수업 끝난 후, 쏜살같이 강의실을 비우지 말고, 화장실을 한 번 다녀왔다가 자신이 필기를 해둔 것을 가지고, 복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빈 강의실에서, 교내에 있는 허름한 벤치에서, 나무 그물 아래서, 휴게실에서, 도서관에서, 20분 안 혹은 1시간 안에 복습할 수 있는 곳은 정말 많다.


20분이라는 복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뭔가 다 기억날 것 같은 것은 그 순간, 가장 급격하게 망각이 일어나고 있다.


[1] Ebbinghaus H (1880) Urmanuskript "Ueber das Gedächtniß". Passau: Passavia Universitätsverlag.


[2] Ebbinghaus, H. (1885). Über das gedächtnis: Untersuchungen zur experimentellen psychologie. Berlin, Germany: Duncker & Humb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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