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Mind Craft 13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May 04. 2020

방법(how)에 집중하라

그 일을 왜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왜 그래야 하는데?

선생님 혹은 직장 상사 중에는 그 공부를 왜 하는지, 그 과제를 왜 하는지, 그 일을 왜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분들이 많다. 필자도 이렇게 배워 왔고, 들어 왔기에 이게 맞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앞으로 또 바뀔 수도 있겠으나,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결론은 이렇다.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요? 왜요? 일하는 방법이나 알려주세요"


필자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에는 나름의 과학적 근거가 있다.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 줄여서 CLT)라고 부르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어떤 과업을 왜 해야 하지, 그거 왜 해야 하지',  이런 식으로 생각할수록 그 과업과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고, 반대로 ' 그 일을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록 과업과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 진다는 것이다.


과업의 방법(how)를 강조하는 전략이 과업 초기에 필요한 하이퍼 포커스(의도적 초집중 상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먼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상황에 대한 연구가 있었는데, 왜 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할수록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줄 확률이 낮아졌다. 학자들이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로 구해준 사람이 히틀러이면 큰 일이지 않은가. 한편 구해주는 방법, 즉 밧줄을 던져준다라는 전략을 전달할수록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줄 확률이 높아졌다. 망설이지 않고, 그냥 그 방법을 시행해 버린 것이다.



실제로 왜 해야하지는지 고려하는 것은 망설임을 증가시켜서 과업에 대한 즉각적인 실행을 미루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과업의 바람직성과 큰 그림을 지나치게 고려하다 보니, '사실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반면 과업을 어떻게 수행할지에 구체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과업에 대한 망설임을 줄이고, 당장 해야 할 일로 인식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과업에 대한 즉각적인 실행을 도와준다.


또한 어떤 과업을 왜 해야하는지 고려할 수록 목표의 달성 가능성을 낮게 지각하지만, 어떻게 과업을 수행할 할지 고려할 수록 목표가 달성 가능성을 높게 지각한다는 보고도 있다. '왜 해야 하지, 왜 해야 하지, 그거 왜 해야 돼', 이럴 수록 목표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렇게 생각할수록 목표가 실현 가능해 보이고, 앞서 목표 가속화 가설에서 살펴보았듯이,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고, 거의 다 온 것처럼 느껴져서 목표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에 집중한다는 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뭘까? 육하원칙에서 왜를 제외한 나머지를 고려한다고 생각하시면, 좋다. 즉 언제 그 일을 할 것인가? 어디서 그 일을 할 것인가?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혼자 할 것인가? 어떤 절차로 할 것인가? 이러한 방법들을 미리 고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어떤 과업을 할까 말까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어떤 일을 하는 이유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고정관념이다. 이런 관념은 당신의 발목을 잡았으면 잡았지, 유익이 되지 않는다. 이유를 묻지 말고, 방법을 배워서 그냥 하라.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제발! 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